8월, 브런치북 프로젝트, 참여를 유보하며 적어봅니다

by 정 영 일

[8월, 브런치북 프로젝트, 참여를 유보하며 적어봅니다]

하루에 다섯 편, 때로는 그보다 더 많은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이 글, 정말 내가 쓴 게 맞을까?”


너무 자연스럽게, 마치 마법처럼 흘러나온 문장들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글이 내 안에서 차분히 흘러나오는 순간, 마치 내 마음보다 더 깊은 무언가가 손끝을 통해 말을 거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글은 참 오묘한 존재입니다.

때로는 아픔을 끌어올리고, 오래된 기억을 흔들며, 가슴 속 회한을 꺼내놓게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감정의 끝에는, 내 마음에 조용히 스며드는 작은 기쁨이 남습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오아시스 같은 위안이기도 하지요.


지금까지 저는 230편이 넘는 글을 써 왔습니다.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마음속 이야기를 정직하게, 조금씩 꺼내 놓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단지 스스로의 상처를 다독이기 위해 썼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글쓰기는 일상의 일부가 되었고, 모임의 카톡방에 글을 공유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죠.

글을 나눈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 소통의 기쁨이었고, 때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작은 욕심’도 생겼습니다.


그 즈음, 브런치북 프로젝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미 10편의 원고와 서문, 작가의 말까지도 미리 준비해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제 겨우 23일째 글을 쓰기 시작한 내가 정말 참여할 준비가 되었을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참여를 결심하고 있었기에 더 많이 쓰고, 더 자주 다듬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 한쪽에서 또 다른 생각이 스며들었습니다.


읽히지 않는 글도 생기기 시작했고, 그 글들을 보며 스스로에게 되물었습니다.

"혹시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던 건 아닐까?"


그동안 나는 너무 쉽게,

“내 글은 당연히 누군가에게 닿을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 기대가 얼마나 조용한 오만이었는지를요.


며칠 전, 딸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글 좀 읽어봤어?”

그 아이는 무심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 순간, 세대 차이를 실감했습니다.

딸은 책을 좋아하고, 글도 잘 읽는 아인데, 제 글은 그저 ‘아빠의 이야기’일 뿐이었겠죠.


그때 저는 알았습니다.

제 글은 어쩌면 삶의 무게를 조금 더 지닌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는 글이라는 걸요.

30대 후반부터 60대, 인생의 고비를 지나온 분들이라면

이 안에서 조금의 공감, 그리고 조용한 위로를 발견할지도 모르겠다는 걸요..


그래서 지금은, 잠시 멈춰 서 보기로 했습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참여는 유보하려 합니다.

참여하지 않겠다고 단정 짓기보다는,

지금은 ‘더 솔직하게 써보는 시간’이 저에게 더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어쩌면 저는,

내가 쓰고, 내가 읽고, 내가 감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글쓰기라는 걸

이제야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말)

그래서 지금은, 잠시 멈춰 서 있습니다.

꼭 도전이 아니어도, 이 글을 통해 나와 독자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껴봅니다.


참여 여부는 아직 마음 안에서 조금 더 천천히 익히려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떤 글이 되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쓰였느냐’라는 것을 저는 잊지 않으려 합니다.


오늘도 조용히 펜을 듭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읽히는 글보다,

진심이 담긴 글을 쓰겠다고요.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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