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의 인연, 그 뒤로도 남은 따뜻한 기억]
10개월 동안 근무했던 한 주유소.
그 시절이 요즘 들어 자주 떠오릅니다.
그곳의 대표이사님은 보기 드물게 강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단순한 ‘강함’이 아니라,
현장 경험 30년이 넘는 베테랑으로서의 책임감과 철두철미함이 묻어나는 사람이었죠.
그와의 관계는 언제나 조심스러웠고,
때로는 작은 마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대하는 자세와 속도만큼은
서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가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던 어느 날,
그가 조용히 말을 건넸습니다.
“직원들이 좀 불편해하네. 네가 그만두는 게 낫겠어요…”
그동안의 작은 충돌들이 누적된 결과였겠죠.
그 말을 들은 순간,
이상하게도 나는 큰 고민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어쩌면,
마음속 깊은 곳에 쉬고 싶은 욕구가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실업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일을 정리했고,
그와의 인연도 그렇게 끝이 나는 듯 보였습니다.
석 달이 흘렀습니다.
우연히 다시 마주쳤을 때,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요즘 잘 지내시죠?”
“네, 실업급여 잘 받으면서 감사히 쉬고 있습니다.”
서로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각자의 길을 갔습니다.
그 후로도 나는 자주 그 주유소 앞을 지나쳤고,
기름을 넣고 담배를 사며 고객의 입장으로 다시 그곳에 섰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 시절의 감정과 장면들이 자연스레 떠오르곤 했습니다.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따뜻했던 그 시간들.
인연이란… 그런 게 아닐까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안에 어떤 의미와 흔적을 남기는 것..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인연이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각자의 삶은 다르지만,
서로의 눈빛 속에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아보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처음 주유소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대표이사님이 물었습니다.
“이런 일, 하실 수 있겠어요?”
그 질문 하나로 시작된 인연 그 후에도 꾸준히 나를 믿어주고,
나에게 기회를 준 사람.
무엇보다,
글을 본격적으로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 주신 분이었습니다.
그때의 조언과 권유가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는 저의 첫걸음이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먼저 그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는 흐뭇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인연은 아직도 제 마음 깊은 곳에 따뜻하게 남아 있습니다.
언젠가,
그 대표이사님과의 또 한 번의 만남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크고 작은 인연들을 따라 살아갑니다.
한 번 스쳐간 그 인연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 삶의 한 조각이 되어 돌아오기도 하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남긴 작은 흔적들 그것이 결국,
삶의 의미가 되어 돌아오는 것 아닐까요?
(작가의 말)
내가 글을 쓰게 된 첫 시작에는
단 한 사람의 조용한 응원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주유소에서의 시간이
이렇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줄은요.
그분께,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 우풍 정영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