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울고, 상흔은 말이 없다

by 정 영 일

[상처는 울고, 상흔은 말이 없다]

<프롤로그>

사람들은 말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고.


하지만 어떤 고통은

괜찮아지지 않고,

단지 ‘남게’ 됩니다.


삶이 고단할 때,

때론 삶이 아픔을 줄 때

그 감정의 파동 속에서

한 편의 시가

마음을 다독여 줄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지나온 시간 속에서 남겨진

그런 말 없는 자국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상처는 울고, 상흔은 말이 없다>


문득,

새벽녘 긴 어둠 속

짙게 드리운 마음을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지난 과거의 상처와

그로 인해 남겨진 상흔을

이젠 조금 덜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엔

그저 작은 말 한마디였다.

돌처럼 던져졌고,

나는 그 돌을

가슴에 껴안았다.


피가 났다.

보이지 않는 데서.

그 상처는 자꾸만 말을 걸었다.


“왜 그렇게 믿었니?”


밤은 자꾸 길어지고

눈물은 이유를 잊은 채 흘렀다.


사람들은 말했다.

"시간이 약이야."


나는 웃었다.

약은 고통을 지우는 게 아니라

고통을 숨기는 거라는 걸

그들은 모른다.


그러다 어느 날

상처는 울음을 멈췄고,

피는 말랐다.


하지만 거기,

가장 조용한

내 마음의 한 귀퉁이,

아무도 모르는

골목 안쪽에


상흔이

앉아 있었다.


그건 말이 없었다.

다만 나를 바라볼 뿐.


나는 묻고 싶었다.


“왜 사라지지 않니?”


그러자 상흔은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너였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버텨온 너의 모양이었고,"

"다시는 잊지 말아야 할

증거였다."


그제야 나는 알았다.


상처는 아픔이었고,

상흔은 기억이자

증명이었다는 걸.


지금의 내가

그 아팠던 나를

이만큼은 안아줄 수 있게 된 것도


상처가 남기고 간

상흔 덕분이라는 것을.


(작가의 말)

이 시는

지나온 3년의 어둠,

그 안에서 마주한 고통과 침묵을

조금씩 언어로 꺼내 놓은 흔적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고.”

맞는 말입니다.


어떤 상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상흔으로 남아

우리를 잠 못 이루게 하죠.


하지만 그 상흔이 있었기에

나는 나를 더 이해하게 되었고,

이제는 그때의 나를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시가,

비슷한 어둠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쉼표가 되길 바랍니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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