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삶이 주는 울림
[부부라는 이름의 인생 동반자]
– 함께 걷는 삶이 주는 울림
우리 동네엔
매일같이 폐지를 가득 실은 1톤 트럭을 몰고 다니시는 노인 부부가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스쳐 지나치기만 했던 분들이지만,
1년쯤 매일 마주하다 보니
이제는 가끔 눈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두 분은 무거운 짐을 함께 나르며,
서로를 살피고 챙기며 하루를 살아가십니다.
그 살가운 모습은
어느 순간 제 마음속에도 따뜻한 잔상을 남기곤 하지요.
그분들을 보고 있으면,
‘함께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옵니다.
인생의 긴 여정이 꼭 쓸쓸하거나 고단하지만은 않은 이유,
아마도 그런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 아닐까요?
누군가와 함께 걷는 삶이란,
대단하고 특별한 순간들보다
작고 소박한 일상을 나누는 데서 빛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많은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삶이 빠르게 돌아가고, 불안이 일상이 되어
결혼을 미루는 이들도 많아졌고,
‘누군가를 평생 함께한다’는 말이
조금은 낯설게 들릴 때도 있지요.
하지만 생각해봅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만남은
결국, 함께 늙어갈 단 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아닐까 하고요.
저는 1994년에 결혼했습니다.
그 후로 30년이 넘는 시간을
지금의 아내와 함께 걸어왔습니다.
처음엔 단칸방 월세에서 시작해
전세로, 그리고 20여 년 전엔 다행히 내 집도 마련했지만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묵묵히 곁을 지켜준 아내가 있었기에
그 세월이 한결 덜 힘들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 혼자였다면 그 모든 날들을
이토록 단단하게 견디긴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아내가 TV를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이젠 아내보단, 딸처럼 살고 싶어.”
그 말을 들었을 때,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 한켠이 뭉클해졌습니다.
아마도 오랜 세월을 아내로 살아온 무게와
삶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담긴 말이었겠지요.
그래서 더 생각하게 됩니다.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온다는 건
그 자체로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문호 톨스토이는 말했습니다.
> “진정한 결혼은 완벽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두 사람이 함께 완성을 향해 가는 것이다.”
살아보니, 이 말이 참 많이 와닿습니다.
서로를 고치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껴안는 것.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서로를 채워가며 완성되어가는 여정.
그게 바로, 부부 아닐까요?
요즘도 폐지를 줍는 그 노부부를 보면
제 아내와 걸어온 지난 세월이 겹쳐 떠오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분들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조용히, 단단하게 걸어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지금 곁에 있는 단 한 사람,
그 사람과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이 삶은 여전히
충분히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여정입니다.
당신 곁에도 그런 사람이 있으신가요?
오늘 하루,
그 사람의 손을 다시 한번 따뜻하게 잡아보시길 바랍니다.
[작가의 말 – 함께 걷는다는 것의 의미]
이 글은 어느 날 마주친 노부부의 일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폐지를 가득 실은 트럭, 그리고 서로를 챙기며 웃던 두 분의 모습이 마음속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저 또한 30년이란 시간을 함께 걸어온 동반자가 있습니다.
기쁘고, 힘들고, 때론 말없이 지나친 순간들 속에서도
함께여서 견딜 수 있었고, 함께여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문득 아내가 말하더군요.
“이제는 아내보단 딸처럼 살고 싶어.”
그 말 한마디에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떠올랐고,
그 모든 날들이 참 소중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이 글은 단지 ‘부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뿐 아니라,
지금 누군가와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드리는 조용한 마음의 인사입니다.
사랑의 정의가 흔들리는 요즘,
‘함께 걷는 시간’이야말로 진짜 사랑의 형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 글이
당신 곁에 있는 단 한 사람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조용히, 진심을 담아 올립니다.
- 우풍 정영일 드림 #부부의삶 #동반자 #인생여정 #결혼생활 #삶의태도 #아내에게 #짧은에세이 #공감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