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등에 기대어

by 정 영 일

Chopin – Nocturne No. 20 in C# minor (YouTube 링크)

(글을 읽기 전, 이 곡을 조용히 재생해보시길 권합니다. 피아노 선율이 글의 감정을 한 겹 더 깊게 만들어줄지도 모릅니다.)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조선 시대 선비들이 하늘의 뜻을 묻던 그 시절, 사람들의 수명은 짧았고 병은 곧 운명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평균 80세를 넘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긴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짧은 순간의 사랑과 삶의 무게를 배워가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제 이순을 바라보며, 화려했던 과거는 사라지고 일상의 무게만 남았습니다.

고단한 나날들이 이어지지만, 그조차도 살아 있다는 증거로 여기며 묵묵히 견뎌내고 있습니다.


올해, 아버지는 86세의 긴 여정을 마치고 하늘로 떠나셨습니다.

“1년만 더 살 수 있다면…”

아버지의 그 말씀이 아직도 가슴 깊이 메아리칩니다.


그 절절한 한마디에, 우리 자식들은 늘 이렇게 말했지요.

“1년이 뭐야, 아버지. 3년은 더 사셔야죠.”


그 소박한 바람을 더 오래 이어드리지 못한 것이, 지금도 죄송하고 또 아픕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이, 제 마음속에 평생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때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명히 떠오릅니다.


차디찬 얼굴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며, 저는 서럽게 울었습니다.

화장터에서 하얀 연기로 흩어지던 아버지의 모습도, 여전히 눈을 감으면 생생히 떠오릅니다.


한 줌의 재로 남으신 아버지를 보며, 사람은 결국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진리를 깊이 실감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저는 남은 시간 동안 후회 없이 살아가고 싶습니다.

사랑을 나누고, 일을 하고, 그리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이렇게 글을 씁니다.

아버지를 마음 깊이 새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는 두 가지를 유난히 사랑하셨습니다.

“잠자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말씀과,

영면하시기 사흘 전까지도 병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싶어 하셨던 고집스러운 애정.


의사가 마지막으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이세요?”라고 묻자,

“나는 담배를 사랑해요. 담배 한 모금만 피게 해주세요.”

그 웃음 섞인 대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시기 한 달 전쯤, 본가에 들러 부모님의 얼굴을 뵈었습니다.

그때 저도 몸이 좋지 않아 등이 단단히 굳어 있었는데, 엄마가 잠시 지압을 해주시던 중,

옆에 계시던 아버지가 힘도 없는 팔로 제 등을 조심스레 어루만져 주셨습니다.


> “영일아, 네 등이 엄마처럼 너무 딱딱해. 운동 좀 하고.”


그 따뜻한 손길이 생각나니,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오늘, 벤치에 앉아 몇 시간을 보내는, 허리가 굽은 한 노인분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 속에서 아버지가 떠올랐고, 그리움이 다시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던 일상을 잠시 멈추고, 마음의 공간을 찾아 이렇게 글을 씁니다.

그리움은 아프지만, 그 안에는 따뜻함도 함께 깃들어 있습니다.


아버지, 그리움에 잠겨 글을 씁니다.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오늘은 눈물이 더 납니다.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정말로…


(작가의 말)

이 글은 아버지를 떠나보낸 한 자식의 사적인 기록이자, 아버지와 함께했던 시간들에 대한 조용한 회고입니다.

아버지의 목소리, 손길, 미소,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삶을 사랑하셨던 그 의지 하나하나가 제 안에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시간은 늘 너무 짧습니다.

아버지의 “1년만 더…”라는 소망처럼, 우리는 모두 누군가와 더 함께하고 싶어하고, 더 사랑하고 싶어하지요.


그 짧은 소망조차 지켜드릴 수 없었던 마음은 아픔이지만, 그 아픔이 곧 사랑의 깊이임을 알기에 이렇게 글로 남깁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각자의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며

마음속 따뜻한 기억 하나쯤 꺼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5년 어느 여름날, 벤치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 우풍 정영일 드림


(클래식 링크)

Chopin – Nocturne No. 20 in C# minor (유튜브에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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