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여름, 외할아버지의 집에서- 기억 저편에서]
초등학교 4학년 여름, 충북 단양에 있는 외할아버지 댁에서 방학을 보냈다.
당시 엄마, 아빠는 늘 일터에 매달려 있었기에 나를 돌봐줄 사람은 없었고, 그렇게 나는 외갓집에 맡겨졌다.
그 시절의 나는 꿈에서 화장실을 가는 일이 잦았고, 꿈속에서 오줌을 누면 현실에서도 그대로 실수해버리곤 했다.
그럴 때면 외할아버지의 바지를 적시기 일쑤였고, 그런 내가 못마땅하셨는지 종종 싸리빗자루를 들고 동네를 돌며 혼을 내시곤 했다.
그래도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기억은, 저녁 무렵 마당 한가운데 평상 위에 앉아 외할아버지와 함께 밥을 먹던 장면이다.
그 시절 우리 집에서는 자주 맛보기 힘들었던 고기 반찬에 된장찌개까지 곁들여 한입 가득 먹던 그 순간, 그건 어린 나에게 천국의 맛이었다.
어느 날은 외할아버지를 따라 산에 올라 수박을 따왔던 기억도 난다.
집에 돌아와 그 수박을 칼로 쩍 베어내자, 속이 씨뻘겋게 익은 모습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외할아버지는 그 수박에서 조그만 덩어리를 잘라 주셨는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잠시 토라졌던 기억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다.
왜 그렇게도 먹을 것에 집착했는지, 왜 그 작은 조각 하나에 마음이 상했는지.
하지만 그게 아이였던 나였고, 그 시절은 무엇 하나도 쉽게 가질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해가 질 무렵 동네 어귀를 걷다 보면 늘 두 가지가 나를 맞이했다.
지붕 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저녁밥 짓는 연기, 그리고 집집마다 들려오던 개 짖는 소리.
그 소리는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정겨웠다.
또한 짚단과 장작을 태우던 부엌에서는 그 시절만의 독특한 냄새가 피어올랐는데, 지금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 냄새는 나의 기억을 시간 저편으로 데려다준다.
지금은 하늘나라로 가신 외할아버지.
가끔은 그분이 혼내시던 싸리빗자루보다도, 함께 마주 앉아 먹던 밥상과 저녁 마을의 풍경이 더 많이 그립다.
그리고 생각한다.
"인생은 결국 추억을 먹고사는 게 아닐까."..
벌써 50년 전의 이야기지만, 왜 이렇게도 어제 일처럼 생생할까.
아마도 그건,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진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말)
어릴 적 여름, 외할아버지와 함께한 시골의 풍경은 지금도 제 기억 속에서 선명히 살아 숨 쉽니다.
그 시절에는 몰랐지만, 그때의 냄새와 소리, 그리고 따뜻한 밥상 하나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제 마음을 붙잡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돌아갈 수는 없지만, 가끔 그 시절을 글로 불러내어 마음속으로 다시 걸어가 봅니다.
누군가의 유년 시절과 닮아 있다면, 이 글이 작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 여름날의 수박처럼요.
– 우풍 정영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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