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 그리고 내 인생의 골프

- 필자의 고백 7

by 정 영 일

[화무십일홍, 그리고 내 인생의 골프]

불현듯, 오래전 푸른 페어웨이 위에서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매 홀을 걸으며, 바람결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까지 또렷이 들리던 그 순간,

그건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내 인생의 한 챕터였습니다.


25년 전, 나는 골프를 몰랐습니다.

IT 업계에 갓 입사한 과장이었고, 체육과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영업이사의 권유에 떠밀려 클럽을 쥐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고, 어땠냐 묻는다면 "그저 배웠다"는 말 외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요. 어느샌가 나는 그 푸른 잔디 위에서 길을 잃고, 동시에 나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을 쪼개 연습했고, 한 푼 두 푼 아껴 장비를 마련하며, 그렇게 7년 만에 ‘싱글 핸디캡퍼’가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고픈 마음, 자신을 증명해보고픈 욕망은 결국 아마추어 대회 참가로 이어졌습니다.

결과는 결코 녹록치 않았습니다.

2년간 쏟아부은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

한 번의 우승과 수많은 결선 탈락.

그 모든 순간이 가르쳐준 건 단 하나.

"돈과 시간"이라는 자원 앞에서, 열정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ROTC 골프대회에 동기 대표로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운명처럼, 2년 연속 메달리스트.

-3 언더, -1 언더.

그 숫자들이 내 인생의 전성기를 수치로 증명하듯 빛나던 시절이었죠.

동기들에게 우상처럼 여겨졌던 그때,

나는 내 스윙에 세상의 찬사가 실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찬란한 꽃도 열흘을 넘지 못한다고 했던가요?

"화무십일홍," 열흘 붉은 꽃은 없다.

그 말처럼, 나의 골프 인생도 서서히 지고 있었습니다.


퇴직 후 시간은 여유로웠지만, 경제적 여유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잘 나가던 시절엔 골프를 즐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현실이 나를 이끈다."

그렇게 21년의 긴 동행을 조용히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아내는 한 달에 한 번 골프를 즐기고, 나는 그 곁에서 미소 지으며 바라봅니다.

한때 내 삶을 불태웠던 그것이, 이제는 누군가의 기쁨이 되는 모습을 보며

묘한 안도와 아련함을 느낍니다.


TV로 보는 PGA나 KPGA,

그 안에 담긴 긴장감과 아름다움은 여전하지만,

이젠 대리만족으로만 충분합니다.

가끔은 먼지 덮인 골프채를 바라보며

"그래도 나, 참 열심히 살았구나"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골프는 내 인생의 거울이었습니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두려움 없이 달려들었던 젊음.

절망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근성.

그리고 어느 순간, 내려놓을 줄 아는 어른스러움까지.

21년,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 동안,

골프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내 삶의 동반자였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그것이 골프가 아니더라도 삶 속에서 그렇게 불꽃같이 사랑했던 무언가가 있다면

당신은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여정을 걸어온 겁니다.

영광은 스쳐 지나가도,

그 안에서 피어난 당신의 이야기는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작가의 말)

이 글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이 하나의 스포츠와 얽히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돌아보았습니다. 골프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고,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은 지금도 제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각자의 "열정"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 열정이 어느 순간 삶의 큰 의미로 다가온다면,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화무십일홍"처럼 모든 순간은 지나가지만, 그 안에서 피어난 이야기는 언제나 여러분의 마음 속에 남을 것입니다.


- 우풍 정영잉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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