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리운전 기사님의 이야기

by 정 영 일

[어느 대리운전 기사님의 이야기]

15여 년 전,

직장 생활을 하던 어느 늦은 밤이었다.


회식이 끝나고, 술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채로

나는 대리운전을 불러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기사님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그 속에서 나는 예상치 못한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그분의, 참으로 묵직하고 절절했던 삶의 이야기.


(금융위기와 인생의 추락)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

그는 당시 한 증권사의 지점장이었다고 했다.


그 시절엔 직원들끼리, 혹은 거래처와 엮인 연대보증이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위기는 한순간이었다.


보증으로 얽힌 문제가 터지면서

그는 순식간에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그 와중에도

집이 아내 명의였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숫자와 차트만 들여다보던 인생이

무너진 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루하루 방 안에 틀어박혀, 술에 의지해 버티는 날들이 이어졌다.


(대리운전’이라는 선택)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 “그래… 대리운전을 해보자.”


망설임 끝에 선택한 그 길 그는 7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렸다고 말했다.


정말 가까운 친구의 경조사를 제외하곤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자고, 먹고, 일하고

그 단순한 루틴 속에서 7년을 견뎠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어느 날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 “여보, 당신이 벌어다준 돈이 이제 통장에 7천만 원이나 되었어요.”


그 순간, 그는

하늘을 향해 한없이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말없이

자신을 묵묵히 버텨준 아내의 품에 안겨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쌓아올린 그 모든 날들을

눈물로 쏟아냈다.


(그분 이후, 나의 이야기)


그 따뜻하고 뭉클한 만남 이후 나는 그분을 다시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믿는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성실하게, 조용히, 그리고 단단하게

그분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이 이야기를 꺼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나 역시, 그분만큼은 아니지만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상과 단절된 칩거 생활을 했다.


그래서일까.

그분이 어둠 속에서도 꺼뜨리지 않았던 작은 불씨가

내 마음속에서도 어렴풋이 되살아났다.


(어둠 끝의 빛)


세상의 밝음과 어둠은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어둠을 지나온 사람만이 볼 수 있는 미묘한 빛이 있다.


그분이 다시 일어섰듯,

나도 다시 걸어가고 싶다.


희망이라는 작은 불씨 하나를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 모습이

어느새 나에게도 기쁨이 되고, 용기가 되었다.


(작가의 말)

이 글은

어느 대리운전 기사님과의 짧지만 깊었던 대화를 통해

제가 다시 삶을 바라보게 된 기억을 담은 기록입니다.


무너진 삶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려 했던 그분의 용기,

그리고 그 곁을 지킨 아내의 사랑은

지금까지도 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살다 보면

누군가의 한 마디, 혹은 한 장면이

우리 삶을 바꾸기도 하죠.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지친 하루를 통과하고 있다면,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의 바람이 되어

당신 마음의 불씨를 지켜주기를...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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