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이 내 세상", 그리고 40년 전 그 친구]
가끔…
아주 오래전 기억이 불쑥 떠오릅니다.
벌써 40년 전, 1986년 고3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때 제 곁엔 누구보다 친했던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건강 문제로 1년을 쉬고 복학한 친구였죠.
성격은 밝고 유쾌했고, 무엇보다 늘 배려심 깊고 따뜻한 친구였습니다.
당시 저는 반에서 65명 중 하위권을 맴돌던 학생이었고,
그 친구는 반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하는 우등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를 무시하거나 거리를 두지 않고 오히려 더 챙겨주던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더 고맙고, 더 기억에 남는 친구입니다.
주말이면 늘 그 친구 집에서 함께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두 가지를 빠뜨리지 않았죠.
하나는, 매운 걸 좋아했던 친구의 입맛 따라 매운 떡볶이를 해 먹던 기억,
다른 하나는, 전인권의 열렬한 팬이었던 그 친구가 들려준 노래들이었습니다.
공부를 하다 지치면,
그 친구는 늘 흥얼거렸습니다.
전인권의 “그것만이~ 내 세상~”
저도 모르게 따라 부르다,
어느 순간엔 그 노래가 제 마음속에도 들어와 자리 잡게 되었죠.
하지만 한 가지 기억은 아직도 마음 한켠을 무겁게 합니다.
그 친구는 건강이 좋지 않아, 특히 위장이 심각하게 약했던 아이였습니다.
떡볶이를 만들다 보면 친구 아버님이 들어오셔서
“제발, 제발 매운거 그만 좀 먹어라...” 하고 걱정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부모님들의 근심이 가득했던 그 시절,
지금 생각하면 참 뭉클하고도 안타까운 기억입니다.
그렇게 1년을 동고동락했고,
결국 고3을 함께 마치며
그 친구는 고려대에,
저는 재수의 길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학력고사 이후 6개월쯤 지났을 무렵,
우연히 전철 안에서 그 친구를 다시 마주쳤습니다.
대학생이 된 친구, 초라한 재수생인 저.
말을 걸까 말까 망설이던 찰나,
그 친구는 제 눈길을 외면한 채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전철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지금도 왜 그 친구가 눈은 맞추쳤지만 외면하고 갔는지는 모릅니다.
그 장면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 후로 40년이 넘도록,
그 친구를 다시 본 적도, 마주친 적도 없습니다.
요즘 유튜브에서 우연히
전인권의 “그것만이 내 세상”이 흘러나올 때면
그 시절이 다시 떠오릅니다.
그리고 문득,
“그때 내가 먼저 다가갔어야 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오곤 합니다.
노래는 남았지만, 사람은 남지 않았다는 사실..
그 단순한 진실이,
오늘따라 유난히 아프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인생은 결국, 추억을 먹고 살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그때 그 친구가 있어, 지금의 이 추억도 가능하다는 걸요..
(작가의 말)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은
늘 곁에 있었던 이가 아니라,
인생의 한 시절을 함께 통과했던 사람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건
언제나 한 곡의 노래처럼
우리를 조용히 불러내곤 합니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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