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대하여]
사람은 평생 동안 무려 27년이 넘는 시간을 잠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잠은 지쳐 있는 육신을 쉬게 하고, 정신에 쌓인 피로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은밀한 안식처이기도 합니다.
올해, 아버님께서 소천하시기 전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난 잠을 자는 게 제일 좋다.”
그 말에는 편안함을 향한 단순한 바람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수면제를 빌려서라도 아픔을 잠시 잊고 싶었던 간절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잠이 줄고, 생각이 많아지며,
수면은 점점 얇아진다고들 합니다.
이는 건강의 신호일 수도 있지만,
오랜 세월을 성실히 견뎌낸 이들이 자연스럽게 겪는 삶의 흐름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잠’은 누구에게나 결핍과 갈망 사이를 오가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며칠 전, 사람들을 만나고 필드를 누비며 하루를 온전히 살아낸 뒤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려 9시간 동안 한 번도 깨지 않고 깊이 잠들었습니다.
그 숙면 뒤의 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행복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날은 이처럼 깊은 쉼을 선물하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꿈속을 헤매다 차라리 잠들지 않은 것만 못한 피곤함을 남기기도 합니다.
잠이란, 참 오묘합니다.
쇼펜하우어는 잠을 통해 인간이 잠시 ‘고통에서 해방된다’고 말했습니다.
그에게 깨어 있는 삶은 욕망과 고통의 연속이었고,
잠은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에 가까웠습니다.
현대 뇌과학 또한 이야기합니다.
잠은 기억을 정리하고 감정을 안정시키는 가장 정직한 시간이라고.
하루의 혼란과 감정의 조각들은
잠이라는 깊은 강 속에서 천천히 가라앉으며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오늘도 나는 생각합니다.
잠은 ‘삶을 잠시 멈추는 시간’처럼 보이지만,
실은 내일을 다시 살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아버님이 “잠이 좋다”고 말씀하셨던 이유를
이제는 조금 이해할 것 같습니다.
그 말 속에는 고통을 잠시 내려놓고자 하는 마음,
더 이상 힘겨운 시간을 견디기 어려운 몸의 진실,
그리고 편안함을 향한 마지막 소망이 담겨 있었겠지요.
잠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오래 함께하는 동반자이자,
가장 신비롭고 많은 얼굴을 가진 존재입니다.
오늘은 그 잠에 대해
짧지만 조금 깊게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자는 동안, 우리 삶은 어떤 방식으로 정리되고 치유되고 있을까… 하고.
잠과 치유는 결국 ‘살아갈 의지’를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상처는 삶의 의욕을 흔들어 놓지만,
치유는 다시 살아 보고 싶은 마음을 천천히 되살립니다.
‘나는 아직 살아갈 이유가 있다’는 작은 불빛이
흔들리며 타오르기 시작하는 순간,
그때 비로소 치유는 우리 곁에 조용히 찾아옵니다.
나는 잠이 바로 그 치유의 입구라고 믿습니다.
잠을 통해 우리는 매일 새롭게 태어나고,
상처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평온함을
조금씩 되찾아가는지도 모릅니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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