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비워 있는 자리의 이야기]
지난 토요일,
강화도에서 자주 가던 카페를 지나치다가
오늘은 왠지 새로운 곳에서
차 한 잔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는 통진휴게소라 불리던 그곳.
15년 전만 해도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였지만,
지금은 간판도, 편의점도 사라지고
남아 있는 것은
지나간 시간의 흔적뿐이었다.
그 길을 가다
문득 눈에 들어온 새 카페 하나.
잠시 망설이다가 문을 열고 들어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카페는 생각보다 넓었고,
그 넓이만큼이나 의자는 텅 비어 있었다.
비어 있는 공간을 바라보다 보니
자연스레 사장님의 마음이 떠올랐다.
이곳에 카페를 연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질문이 공간 안을
조용히 떠도는 듯했다.
잠시,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주말에만 문을 열고,
자기 땅에 지은 카페라
임대료 부담은 없다는 말이었다.
나는 무심코
“그래도 다행이네요.”라고 말했다.
사장님은 웃으며
“자주 오셔서 커피 한 잔 하고 가세요.”라고 했다.
그 말 속에는
손님을 향한 인사보다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싶은 마음이
더 많이 담겨 있는 듯했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소상공인의 하루란
이렇게 조용한 희망 위에
겨우 올려진 무게일지도 모른다.
비어 있는 공간을 채우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때로는 기다림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듯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와 인내인지도 모른다.
희망 역시 그렇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끝까지 기다리고 버티는 이에게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커피 향을 깊이 들이마셨다.
부드럽고 클래식한 맛이
의외로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그리고 그 카페가
조금 덜 외로워지기를
잠시 마음속으로 빌어보았다.
토요일 오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삶의 고단함과 희망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돌아서는 순간,
사장님의 미소 속에서
아주 작은 여유가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나는 다음 주말,
다시 이곳에 들르겠다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약속했다.
- 우풍 정영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