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효심에 대하여

- 필자의 고백 31

by 정 영 일

[조용한 효심에 대하여]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따뜻한 저녁 한 끼를 먹으면, 나는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잠을 청할 때면 습관처럼 유튜브를 켜고 "옛날 이야기"를 틀어놓는다. 이야기는 자장가처럼 흐르고, 나는 그 소리에 스며들 듯 잠이 든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눈을 감고 잠들어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귀가 또렷해졌다. 이야기는 흘러가는데 마음이 붙잡혀, 어느새 한 시간 가까이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효심이 깊은 한 부부의 이야기였다.


늦은 나이에 외아들을 얻은 부모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눈을 감았고, 남겨진 아들 내외는 부모의 장례를 치를 돈조차 없었다. 고민 끝에 그들이 택한 길은, 스스로를 종으로 파는 일이었다.

부모의 마지막 길만큼은 초라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로,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내놓았다.


종으로 팔려간 곳은 한 양반 대감의 집이었다.

그곳에서 뜻밖의 인연이 드러난다. 대감은 그들의 부모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였다. 사연을 알게 된 대감은 장례 비용은 물론 이후의 삶까지 아끼지 않고 도왔고, 결국 그 부부를 양아들로 맞아들이며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이 이야기는 너무 극단적이고 낯설다.

자신의 삶을 내놓아 부모의 장례를 치른다는 선택은, 오늘의 시대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효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분명한 마음이 있었다.

부모를 향한 사랑, 그리고 은혜를 끝까지 잊지 않으려는 간절함이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지는 못한다. 늘 마음 한편에 미안함이 남아, 자주 찾아뵙지 못한 대신 안부 인사만 올리고 있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과연 나는, 효를 어떻게 하고 있는 걸까.


효심이란 무엇일까?

부모를 공경하고 사랑하며, 그 은혜를 마음에 새기고 보답하려는 마음. 조금 더 풀어 말하자면, 효심은 단순히 잘 모시거나 말 잘 듣는 태도를 넘어, 부모의 삶과 고단함을 이해하려는 내면의 자세에 가깝다.


요즘의 효심은 예전과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함께 살지 않아도, 많은 돈을 드리지 않아도 된다.

자주 안부를 묻는 일,

부모의 말에 귀 기울이는 태도,

자신의 삶을 성실히 살아 부모를 걱정시키지 않는 것. 이 또한 충분한 효심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뉴스를 통해 종종 마주하는 현실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부모를 돌보지 않는 이야기를 넘어, 부모에게 등을 돌리고, 심지어 해를 가하는 천륜을 저버린 사건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책임과 관계는 점점 가벼워지고, 부모는 짐처럼 밀려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효가 희미해진 자리에 무관심과 단절이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닐까한다.


종으로 팔려간 부부의 이야기는, 그런 오늘의 풍경과 더욱 선명하게 대비된다.

나는 부모를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가 아니라,

부모의 삶을 얼마나 이해하려 애쓰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잠자리에 누워 다시 생각해 본다.

효는 거창한 희생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일지도 모른다.

오늘 내가 부모를 떠올리고, 안부를 걱정하며, 그 삶을 이해하려는 이 마음 역시 작고 조용한 효심의 한 모습이기를 바라며, 몇 자 적어봅니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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