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달려온 2025년의 끝에서]
2025년 한 해를 돌아보면,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었다는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한 해가 아니라 몇 해를 단숨에 건너온 듯한 기분이다.
지난 5월, 오래 몸담았던 주유소 일을 그만두며 약 네 달 남짓한 쉼을 얻었다.
주유소에서의 일은 육체적으로 분명 고단했지만, 그 힘듦 속에서 영어 문장 하나를 외우고 또 곱씹던 시절이 떠오른다. 땀과 기름 냄새 사이에서 단어 하나를 붙들고 버텼던 시간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또한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던 배움의 자리였다.
그리고 그 짧은 네 달의 쉼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다.
배낭 하나를 메고 속초와 양양, 청평을 오가며 오랜 시간 가슴속에 묶여 있던 응어리를 풀기 위해 글을 쓰러 다녔다. 목적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쓰기 위해 걷고, 걷기 위해 쓰는 나날이었다. 길 위에서 나는 나를 가장 많이 만났다.
글이 200편을 넘길 즈음, 나는 어느새 ‘작가의 길’이라는 말 앞에 서 있었다.
한 편 한 편 허투루 쓰지 않으려 애썼고, 그 마음이 쌓여 결국 282편의 글이 세상에 나왔다. 무엇이 그토록 쓰고 싶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쓰고 나니 설명할 수 없는 평온이 마음 한켠에 자리 잡았고, 그 평온이 다시 일상을 즐겁게 만들어주었다는 사실이다.
올해 9월이 되었을 무렵, 사랑하는 두 벗이 삼고초려 끝에 설계사의 길을 안내해 주었다.
한 달간의 준비 끝에 시험에 합격했고, 지금은 초보 설계사로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주식 리딩, 작가, 설계사. 세 가지 일을 겸하며 살아가는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단 한 번도 후회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온 스스로가 조금은 대견하게 느껴진다.
주식 리딩과 설계사의 고단함을 알기에, 힘에 부칠 때면 나는 여전히 글로 돌아간다.
글을 통해 나를 다독이고, 나를 치유하는 이 방식이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새로운 도전과 두 개의 JOB을 동시에 안고 살아가며 책임감은 더 커졌지만, 그 무게마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
돌아보면 나는 늘 ‘일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를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여기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 시간들에 대해 후회는 없다.
최근 한 친구가 2년 전 은퇴한 뒤 특별한 일 없이 소소한 일상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을 하지 않으니 더 빨리 늙는 것 같다고 농담 섞인 잔소리를 했더니, 그마저 듣기 싫었는지 요즘은 연락도 뜸하다.
그 친구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건물이 있는, 여유로운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삶의 방식은 각자 다르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믿는다. 인생에서 ‘일과 사랑’을 멀리하면, 시간보다 먼저 마음이 늙어간다는 것을.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현업에서 은퇴했다는 친구들의 소식도 자주 들려온다.
어떤 친구는 못다 한 골프를 즐기겠다고 하고, 또 어떤 친구는 은퇴 이후에도 부지런히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선다.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과 삶의 방향은 결국 각자의 선택이지만, 분명한 건 일과 사랑은 사람을 늙지 않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고대 철학자 세네카는 은퇴를 단순한 물러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시간이라 말했다. 일에서 물러나더라도 삶에서 물러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은퇴일 것이다. 나에게 은퇴는 아직 도착지가 아니라, 계속해서 나를 움직이게 하는 질문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일하고, 또 쓸 것이다.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품은 채로.
‘한결같은 마음’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과 훈련으로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흔들리더라도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세상의 긍정을 조금 더 끌어안고, 소소한 일상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렇게 2025년의 마지막 글을 발행하는 지금,
이 평온한 마음이 참 좋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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