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더 살아보기로 했다

by 정 영 일

[하루만 더 살아보기로 했다]

가끔 TV조선에서 방영하는 〈자연인>을 보곤 합니다.

여러 편을 보다 보면, 이상하게도 마음에 오래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분은 원래 김포에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땅으로 농사를 짓던 분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김포 전역이 부동산 개발되고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을 무렵,

그 땅의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졌습니다.

한때는 수백 억 원에 이를 정도의 자산을 이루기도 했지요.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늘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미 충분히 가진 뒤에도

“어떻게 하면 더 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사업을 벌이고, 사람을 믿고, 일을 넓혀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반복된 배신과 실패를 겪었고,

불과 몇 해 만에 모든 것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때 그는

삶 전체를 내려놓고 싶을 만큼 깊은 절망에 빠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상과 멀어진 숲속으로 들어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고, 밧줄을 사서 죽음을 맞이하려 했지요.


그곳에서 하루의 끝,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오늘 하루만 더 지켜보고,

내일 다시 생각해보자.”


이상하게도,

다음 날 아침의 햇살과

귀에 스며드는 새소리가

그의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그는 다시 이렇게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며칠만 더 살아보자.”


그 "며칠"이 이어져

결국 그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모두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고요.


모든 것을 잃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살고자 하는 마음이

단 한 번이라도 스치면

사람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상황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방향을 바꾸는 순간,

삶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말합니다.


> “존재하려는 노력은

인간 본성 그 자체다.”


결국 사람은

완벽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고자 하는 의지가 남아 있기에 다시 일어나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산속의 고요한 풍경이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그 풍경 앞에서

‘조금만 더 살아보자’고

마음먹은 바로 그 순간이

그를 바꿔놓았던 것이겠지요.


삶이 가장 무너진 자리에서

우리는 종종

아주 사소한 이유로

다시 하루를 살아냅니다.

그 이유는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늘의 색 하나,

바람 소리 하나,

오늘 하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면

충분할 때도 있습니다.


어쩌면 삶은

우리에게 늘 이렇게 묻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정말 여기까지냐”고.

그리고 우리는 아주 조용히

“오늘은 아니다”라고 대답하며

하루를 더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우풍 정영일 드림


#조용한위로 #오늘은아니다

#살아가는이유 #마음의결

#브런치에세이 #삶을생각하다

#느리게살기 #존재의이유

keyword
작가의 이전글멈춤이라는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