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시간사이, 새해에 작은 다짐

by 정 영 일

[나이와 시간사이, 새해에 작은 다짐]

해가 바뀌었다.

어느새 국민연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 기준으로는 64세에 연금을 수령하지만, 조기 수령은 만 59세부터다.

그리고 나는 이제 만 58세가 되었다.

이 숫자들이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손에 잡힐 듯한 현실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낯설기만 하다.


요즘 친구들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면

‘내가 저만큼이나 늙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20대, 아무것도 두렵지 않던 시절에 만났던 친구들 역시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는 말을 증명하듯

얼굴에는 굵게 파인 주름들이

나무의 나이테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주름들이 싫지 않다.

각자의 시간을 성실히 살아냈다는 흔적처럼 느껴진다.


세월엔 장사가 없다는 말을

요즘 들어 부쩍 실감한다.

그래서인지 시간의 소중함도

예전보다 한결 또렷해졌다.


이전 발행한 글에서

‘일장춘몽’이라는 말을 꺼낸 적이 있다.

잠깐의 달콤함, 오래 남지 않는 꿈.

나이를 먹고 어느새 다가온 이순(耳順)을 되뇌어 보면

인생이란 참으로 덧없고도 빠르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어제는 어머니와 30분 남짓 통화를 했다.

통화 내내 어머니는 같은 말씀을 반복하셨다.

“야, 야. 너는 올해 운수가 들어오는 해야.”

특별한 근거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 말 한마디에 담긴 마음 때문이었을까.

전화를 끊고 나니

설명하기 어려운 따뜻함이 오래 남았다. "대박이 아니더라도 준박이라도 오기를 고대하는 마음이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인생의 많은 순간들은

내가 얼마나 잘 준비했느냐보다

어떤 타이밍에서 있었느냐에 더 크게 좌우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운이 온다’는 말은

결코 가볍게 흘려들을 말만은 아닌 것 같다.


새해를 맞이한 지금,

나는 더 이상 조급해지지 않으려 한다.

지나온 시간만큼

다가올 시간에도 분명 나만의 몫이 있을 거라 믿으면서.

오늘을 조금 더 성실히 살고, 내일을 너무 앞당겨 걱정하지 않으며...


어쩌면 인생은

일장춘몽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어떻게 깨어나느냐가

더 중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다가오는 이 시간들 역시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스스로 작은 목표를 하나 정해보았다.

‘경청의 해’.

말하기보다 먼저 듣는 사람,

서두르기보다 귀 기울이는 사람으로

하루하루를 조금씩 갈고닦아 보려 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 나이에 맞는 속도로,

이 나이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해가 바뀌니,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든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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