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주식이야기 10
[새해가 밝았으니, 주식 이야기를 해본다]
새해가 밝았으니
조금은 느린 호흡으로
주식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시작이 늘 그렇듯,
‘새해’라는 단어에는 묘한 힘이 있다.
다시 해볼 수 있을 것 같고,
이번에는 조금 다를 것 같고,
무엇보다 또 한 번의 기회가
조용히 주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주식을 오래 해온 사람이라면
이 감정을 모를 수 없다.
연초가 되면 유난히 마음이 가벼워지고,
차트를 바라보는 눈에도
조금은 여백이 생긴다.
하지만 시장은 늘 냉정하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 근처에서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데,
정작 내 계좌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다.
왜 이런 괴리가 생길까.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뉴스가 터진 뒤에 움직인다.
이미 시장이 알고 있는 이야기,
이미 불꽃처럼 타오른 종목을 보고
뒤늦게 손을 뻗는다.
그리고 늘 같은 장면을 마주한다.
내가 사면 멈추고,
내가 팔면 다시 움직이는 풍경.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사람은 점점 조급해진다.
손절은 빨라지고,
확신은 서서히 옅어진다.
그 사이 지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고점을 갱신하고,
내 계좌는
그 자리를 맴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주식의 본질은
‘타이밍’이 아니라
‘기다림’에 더 가깝다고 느낀다.
모멘텀이 터지기 전,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그 길목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힘.
순서가 올 때까지
엉덩이의 무게를 견디는 인내야말로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원칙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장기투자라 말하면서도
실제 보유 기간은
고작 몇 달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경험했던 의미 있는 수익들은
대부분 3개월, 길게는 6개월의 시간을
조용히 견뎌낸 뒤에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그 시간은 늘 불안했지만,
결과는 거짓말처럼 정직했다.
지금의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유동성은 넘치고,
자금은 분명한 방향을 가지고 움직인다.
이럴수록 중요한 것은
무작정 따라가는 용기가 아니라,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를
조용히 바라보는 태도다.
돈이 향하는 길목에서
내 순서가 올 때까지
조급해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투자라는 이름의 긴 여행에서
가장 필요한 자세인지도 모르겠다.
새해를 맞아
나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더 빠르게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멀리 가기 위해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조금 느리게 가는 선택을 해본다.
시장은 늘 기회를 준다.
다만 그 기회는
참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조용히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올해도 그렇게,
긴 호흡으로
나만의 속도로
시장을 건너가 보려 한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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