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정, 쓰게 된 작가의 길

by 정 영 일

[짧은 여정, 쓰게 된 작가의 길]

쓰게 된 작가의 길, 어느덧 다섯 달이 지났다.

잠시 쉼을 선택하고, 무작정 배낭 하나를 메고 길 위에 올랐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변화 속에서 써 내려간 글 하나하나가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되뇌어진다.


그 사이 발행한 글은 290편에 이르렀다.

숫자만 놓고 보면 다소 과하다 싶을 만큼의 시간과 마음을 쏟아부은 셈이다. 처음 주변에 내가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고 말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영일이가 정말 작가라고?”

“상상이 안 간다.”


그 말 속에는 놀라움도 있었겠지만, 어쩌면 ‘그러다 말겠지’라는 마음도 함께 섞여 있었을 것이다. 사실 나 역시 처음에는 확신이 없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도 글상이 떠오르면 여전히 새벽녘에 글을 쓰고 있고, 그 일이 이제는 의무가 아니라 즐거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버킷리스트가 있다고들 한다.

물론 당장 배가 고픈 이에게는 사치스러운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꿈과 희망이 있는 한, 그것을 향해 도전하고 마음에 새기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믿는다. 자산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은 자산을 얻기 위해 애쓰고, 빈 그릇인 사람은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걱정이 많은 사람은 그 걱정을 덜어내기 위해 또 다른 애씀을 선택한다. 어쩌면 그 모든 것은 인간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느 한쪽에 분명히 속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은 빈 그릇을 조금씩 채워가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그리고 그 그릇을 채우는 방식이, 지금의 나에게는 글쓰기다.


다섯 달이라는 시간 동안, 구독자 수는 96명.

발행 글은 290여 편, 조회수는 1만1천을 넘겼다.

브런치 안에서 다른 작가들의 숫자와 비교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지점에서 충분히 만족한다. 비교는 늘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을 향해 작동하지만, 만족은 지금의 나를 돌아볼 때 비로소 생겨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출판사의 선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언젠가 내가 스스로의 힘으로, 내 돈을 들여 한 권의 책을 출간하게 되더라도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책이 많이 팔리지 않아도 좋다. 누군가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아도 좋다. 그 책이 **‘내가 이 시간을 이렇게 건너왔다’**는 증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는 이렇게 말했다.

“창작이란 세상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기 위한 태도다.”

이 말은 요즘의 나에게 유난히 가깝게 다가온다. 글쓰기가 생업이 되지 않아도, 삶을 견디는 방식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또 니체는 말한다.

“자신이 왜 사는지를 아는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

지금의 나에게 글쓰기는 ‘왜’를 묻고, 그 질문을 놓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집에서 무념무상으로 앉아 있다가, 문득 글상이 떠올라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 나는 짧지만 분명한 행복을 느낀다. 그것이 성공을 향한 흥분이든, 성취의 기쁨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는 감각이 또렷해지기 때문이다.


쓰게 된 작가의 길은 아직 멀고, 불안정하며, 어쩌면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길이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업이 아니어도 괜찮다. 즐거움으로 남아도 좋다.


나는 오늘도 결과를 향해 글을 쓰기보다, 태도를 지키기 위해 글을 쓴다.

아마도 이 길은 완성되기보다, 계속 써 내려가야만 존재하는 길일 것이다.


- 우풍 정영일 드림


1. #쓰게된작가의길

2. #글쓰는삶

3. #작가의태도

4. #기록의힘

5. #브런치에세이

6. #글이주는즐거움

7. #나답게사는법

8. #창작의이유

9. #오늘도쓴다

10. #길위의글쓰기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전사들이여, 이 전장에서 역사를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