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보단, 이승이 낫다]
오래된 벗의 친구가
암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오늘과 내일의 경계에 서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제 처음 전해 들은 이야기였는데,
마음 한 켜가 조용히 꺼져버린 듯
하루 종일 씁쓸함이 가시질 않는다.
그는 한때 삼척 바닷가를 벗 삼아 살았다.
파도 소리를 배경 삼아
노래방에서는 소주 한 사발을 앞에 두고
사람 좋게 웃으며
세상을 흥겹게 노래하던 친구였다.
5톤짜리 배를 모는 선장이었고,
성격은 바다처럼 호탕해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저절로 웃게 만들 줄 알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삶이 넘쳐 보이던 사람이
이제는 멀리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좀처럼 마음에 닿지 않는다.
생로병사가 세상의 이치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죽음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사람을 한없이 약하게 만든다.
“저승보단, 이승이 낫다.”
예전에는 농담처럼 흘려듣던 말이
이제는 가슴 깊은 곳에 묵직하게 내려앉는다.
우리 나이쯤 되면
누가 먼저 떠날지 알 수 없는
그런 시절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사실이
괜스레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문득 생각해본다.
젊음과 늙음의 차이는 무엇일까.
젊음을 용기와 패기, 열정이라 부른다면
늙음은 그 반대쯤일까.
아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늙음은
용기 대신 절제와 지혜를 배우고,
패기 대신 시간을 견뎌낸 노련함을 쌓으며,
불타는 열정보다
한 발 앞을 내다보는
조용한 안목을 갖게 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이별 앞에서 우리는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한 사람의 삶을
더 오래, 더 깊게
천천히 되짚어보게 된다.
즐거웠던 기억들을
바닷바람처럼 가슴에 남긴 채
이제는 멀리 떠나야 할 그 친구가
문득, 몹시 그립다.
부디 그곳에서는
아픔 없는 바다를 만나
다시 한 번
아무 근심 없이
호탕하게 웃고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는 나 역시
이 몸을 땅에 묻고
한 줌의 기억으로 남게 될 날이 오겠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하루하루를 함부로 건너뛰지 않고,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부끄럽지 않게,
후회 없이 살아가고 싶다.
그것이 남아 있는 이들이
떠난 이들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조용한 애도일 테니..
- 우풍 정영일 드림
#저승보단이승이낫다
#삶과이별
#죽음에대하여
#바다를닮은사람
#중년의사유
#기억과그리움
#삶을대하는태도
#오늘을산다는것
#우풍정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