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트이기 전의 어둠

by 정 영 일

[동이 트기 전의 어둠]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지금 이 시간이 끝이냐고.

더 나아질 수 있는 여지는

정말로 남아 있기는 한 거냐고.


그럴 때마다

나는 이 오래된 말을 떠올린다.

“동이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밤이 깊어질수록

세상은 점점 소리를 잃고,

눈에 들어오던 것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춘다.

마치 길이 끊어진 것처럼

앞이 더는 보이지 않는 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지점은 밤의 가장 끝자락이다.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두운 과거를 지나오는 여정 속에서

우리는 종종 가장 깊은 어둠과 마주한다.

모든 선택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고,

모든 노력이 헛수고였던 것만 같은 순간.

그때 사람은

자신을 의심하고,

지나온 시간을 가혹하게 재단한다.


그러나 그 어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정체의 시간이 아니다.

빛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눈이 아직 어둠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른다.

지금 이 순간을

바꾸려 애쓰지 않고,

판단하지도 않은 채

그저 가만히 바라본다.


들이마시는 숨과

내쉬는 숨 사이에서

지금까지 버텨온 시간들이

조용히 몸 안에 가라앉는다.

이 또한 지나가는 한 장면임을

몸이 먼저 알고 있다.

이것이 어둠 속에서 배우는

가장 단순한 명상이다.


새로운 시작은

늘 조용히 다가온다.

번쩍이는 희망의 얼굴로 오지 않고,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가장 캄캄한 순간에 스며든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이 끝인지,

아니면 시작의 문턱인지조차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어둠을 통과하는 시간은

과거를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버텨온 날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몸이 먼저 기억하는 시간.

마음이 아직 따라오지 못해도

삶은 이미 다음 장을 넘길 준비를 하고 있다.


동이 트는 순간은

생각보다 담담하다.

하늘이 한순간에 밝아지지도 않고,

어둠이 갑자기 사라지지도 않는다.

다만 아주 희미한 선 하나가

검은 하늘의 끝에

조용히 그어질 뿐이다.


그 선을 알아볼 수 있다면

지금의 어둠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다.

과거를 지나고 있다는 증거이며,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가장 확실한 징조다.


혹시 지금

가장 어두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면

너무 서둘러 빛을 붙잡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지난 세월 동안

기쁨만 있었던 삶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인생은

여전히 숨을 고르고

다시 걸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동은 이미 트고 있고,

우리는 그 사실을

조금 늦게,

그러나 반드시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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