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게 된 작가의 길]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다섯 달 하고도 열흘이 지났다.
문득 발행된 글의 수를 세어보니 302편.
그 숫자를 마주한 순간,
무엇을 그렇게 쓰고 싶었는지
정작 나 자신도 선뜻 답할 수 없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이 글들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라기보다
내 안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남겨진 흔적들이라는 사실이다.
한 편 한 편을 다시 읽다 보면
뿌듯함보다는
그때의 마음이 고스란히 되살아나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된다.
요즘의 글쓰기는
어떤 의식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찬 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피우다 문득,
길을 걷다 불현듯 떠오른 한 문장,
새벽녘 안마 의자에 앉아
나도 모르게 써 내려간 몇 줄,
혹은 유튜브 한 편을 보고
눈물 한 줄기와 함께 남긴 기록들.
돌이켜보면
세상 모든 대상이
어쩌면 나에게 글상을 건네는
성찰의 재료였다.
사소한 풍경, 스쳐 지나간 감정,
아무 말 없이 흐르는 시간마저도
고스란히 글이 되었다.
‘작가’라는 말의 어원을 떠올려 본다.
라틴어 auctor.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말.
위대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시작하고
그걸 멈추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는 재능이 많지 않다.
문장을 날카롭게 다듬는 솜씨도,
사람을 단번에 사로잡는 표현도 부족하다.
그러나 적어도
꾸준히 쓰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증거로 남아 있다.
302편의 글은
잘 쓴 글의 목록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았다는 기록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은
새벽을 맞이하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아직 하루가 시작되기 전,
어제의 피로와 오늘의 기대가 겹쳐 있는 그 순간.
그 고요한 틈에서
나는 가장 솔직한 문장을 만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단한 선언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고 살아냈다는
조용한 증언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재능 대신 성실을 들고,
속도 대신 반복을 택하며
이 길을 걷고 있다.
아마도
이렇게 쓰는 한
나는 계속 작가일 것이다.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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