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연습하는 변화

by 정 영 일

[거울 앞에서 연습하는 변화]

3년간의 칩거 생활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염색을 하지 않았다.

아내는 그때마다 “조금 더 늙어 보인다”며 염색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일과 집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 누구와의 만남도 스스로 꺼려하던 시기였다. 굳이 누군가를 위해, 혹은 나 자신을 위해 단정해질 이유를 찾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시간이 나면 청평을 오가며 글을 쓰는 게 전부였다. 머리카락의 색보다 마음의 정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염색은 내 삶의 우선순위에 없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어느새 60대 중반의 얼굴로 다가와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작년 11월쯤 집 근처 블로클럽에 들렀다. 2만 원을 내고, 3년 만에 염색을 했다. 큰 결심이라기보다는, 아주 작은 변화에 가까웠다.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았을 때, 문득 예전의 내가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60대의 얼굴이 아닌, 다시 50대의 내가 서 있는 듯했다.


그때 아내가 말했다.

“우와, 당신 멋진데.”

그 한마디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꽤 좋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조금은 젊고 단정해 보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 선택이었는데, 아내의 칭찬은 그 마음을 한층 더 우쭐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단정하고, 더 기품 있는 모습이 좋다.”

그 말이 요즘 들어 유난히 마음에 남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내려놓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돌보는 방식이 바뀌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말했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

변화는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흐름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뜻일 것이다. 염색은 단지 머리카락의 색을 바꾼 일이었지만,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다른 강물 속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요즘 나는 거울 앞에 서서 웃는 연습을 한다. 일부러 입꼬리를 올려보고, 눈을 마주친 채 나 자신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런 모습이 가끔은 대견하게 느껴진다. 생각을 바꾸니 몸도, 마음도 조금씩 반응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변화는 젊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멈추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거울 앞에서, 아주 사소하지만 분명한 변화를 연습하고 있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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