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통과한 선율

by 정 영 일

[어둠을 통과한 선율]

익숙한 판타지오 클래식 한 곡이,

아무 예고도 없이 내 눈가를 건드린다.

눈물샘이 먼저 반응하고, 이유는 한 박자 늦게 따라온다.

왜일까?


깊은 늪 속에서 헤매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발을 떼면 더 가라앉을 것 같아 움직이지도,

가만히 서 있자니 숨이 막히던 날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 길을 묻지 못한 채 서성였다.


번뇌와 고뇌가 눈을 가리던 시절,

생각은 많았지만 방향은 없었고 의지는 있었으되 빛은 닿지 않았다.

그 나락 속에서 나는

살아간다기보다 버텼고,

희망을 믿기보다 시간을 견뎠다.


지금 이 음악이 눈물을 부르는 이유는

아마도 그 시절을 지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판타지오가 품은 웅장함은 단순한 화려함이 아니라,

끝내 무너지지 않고 버텨낸 시간에 대한

조용한 헌사처럼 들린다.


선율은 묻는다.

“그때의 너는 얼마나 어두웠는가.”

그리고 동시에 말해준다.

“그래도 너는 여기까지 왔다.”


음악은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쌓아 올린다.

침묵 위에 음을,

고통 위에 화음을,

후회 위에 시간을.


그래서 이 곡은 위로라기보다

회환에 가깝다.

돌아갈 수 없음을 알기에 더 또렷해지는 감정,

그러나 그 모든 시간을 끌어안고 지금의 나를 완성시켰다는 사실에 대한 조용한 인정...


눈물이 흐른다.

슬퍼서가 아니라,

지나왔음을 알기 때문에.


판타지오는 오늘도 말없이 연주된다.

내가 걸어온 어둠과

그 어둠을 통과해 온 나 자신을

가만히 증명하듯이.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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