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정원

박을 아시나요?라고 한다면 50살 이후 세대. 시골 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알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뭐지? 할 것이다.

흥부 놀부 이야기에 나오는 보물이 쏟아져 나왔던 박 하면 이해가 될 수 있을까?

박은 "쌍떡잎식물 박목과의 덩굴성 한해살이 풀"이라고 사전에 나와있다.


박은 어릴 적 나에게 꿈같은 추억을 준 식물이다.

초여름 밤 달빛 아래 초가지붕 위에서 피는 하얀 박꽃은 몽환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긴 줄기에 피는 흰색의 부드러운 꽃은 어린 내게 처량하면서 순수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난 양손에 박꽃을 하나씩 꺾어 손에 쥐고 빙빙 돌곤 했었다.


가을이 되어 초가집 지붕에 열리는 박 열매는 얼마나 풍요

로운 마음을 선사했는지 모른다.

시골에서는 덜 익은 박은 나물이나 국을 끓여 먹었고 다 익은 단단한 박은 가마솥에 삶아 바가지를 만들어 생활 곳곳에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그러나 철이 지나 늦게 달린 박은 단단하질 못해 그릇으로 쓰지 못하는데 방법이 있었다.

진흙탕 논바닥에 땅을 파고 흙속에 1주일 정도 묻어두면 속이 까맣게 썩었다.

속을 파내고 삶으면 단단해져 그릇으로 쓸 수 있었다.

여기서 나온 말이" 생 속은 못 쓴다". 는 말이다

곧 숙성 과정을 거쳐야 단단해진다는 말이다.

사람이 너무 편안하게 살면 성숙한 인격을 갖추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생의 쓴맛은 모르고 단맛만을 겪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아픔 또한 이해할 수가 없다.

주위에도 모든 것을 가진 편안한 삶을 살아온 이들의 교만을 가끔 볼 때가 있다.

"고통은 신이 준 선물"이다라는 말도 있다.

살면서 견디아야 할 힘든 시간들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인격적 성숙을 만드는 시간들인 것이다.

박이 진흙탕 속에서 시간을 견디고 단단해지는 것처럼.


다가오는 봄 주말농장에 박을 심어 볼까,

초가지붕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하지?

생각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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