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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맛 프레첼

by Ahnyoung

하원 시간

아이의 유치원 버스가 오는 곳에서 늘 기다리곤 했었다.

잠시 후 버스가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린 아이는 내 손을 잡아끌며 빨리 집에 가자고 했다.

엄마에게 줄 게 있다고,

아이의 들떠 보이는 모습에 뭘 가지고 왔길래 이럴까 궁금증이 커졌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중에도 대단한 뭔가를 숨긴 것처럼 비밀이라며

집에 가서 줄 거라고 재잘거리는 아이를 바라보며

행복을 시각화한다면 이런 장면이 아닐까 생각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유치원 가방을 열어 꼬깃꼬깃 구겨진 휴지 뭉치를 나에게

건넸다.

얼핏 보면 쓰레기 같기도 한 그것을 나는 가늠도 하지 못한 채 펼쳐보았다.

휴지 안에는 작은 프렛즐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

"이게 뭐야? 과자네?"

이때까지 아이는 자극적인 과자를 많이 먹어보지 않았었다.

5살쯤이었는데, 유치원에서 오전 시간에 퀴즈를 풀고 받은 프레첼을 처음 먹어보고는

너무 맛있어서 놀랐던 것이다.

경험해보지 않았던 짭조름한 맛과 바삭한 느낌이 아이에게는 신세계였던 것 같다.

세 개를 받았는데 아주 맛있어서 엄마도 꼭 맛봤으면 좋겠다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휴지를 찾아 잘 싸 온 것이다.

오전에 받은 프레첼을 오후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정말 먹고 싶었는데

자기가 다 먹어버리면 엄마가 못 먹어보니까 계속 참고, 참고 있다가 가지고 온 것이었다.

"엄마 내가 정말 먹고 싶은데, 엄마 주려고 참았어."

그제야 내 손을 잡아끌며 빨리 집에 가자고 성화를 부린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그 작은 마음으로 얼마나 갈등하고 고민했을까 아기천사의 승리였다고나 할까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뻐서 막 뽀뽀를 하고는

과자의 끝을 살짝 베어 먹고 나머지를 아이 입에 넣어주었다.

"엄마 맛있지?" 묻는 아이의 얼굴이 천사 같았다.

이 작은 아이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어찌 생겼을까

나는 참 복이 많은 엄마라고 생각했다.

짭조름한 프레첼의 끄트머리는 행복 맛이었다.

시간이 흘러 아이가 자란 후에는

아이에게 받았던 수많은 고백과 사랑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게 된다.

나는 가끔 마음속에도, 집 안의 커다란 상자 속에도 가득한 아이의 사랑 담긴

고백과 사진, 그림들을 꺼내본다. 쏜살같이 흘러버린 시간이 사무치게 그립다.

가끔 이런 과거를 떠올리는 것은 내 곁의 아이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을 준다.

그리고 아이의 그 흔적들은 내가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이제 아이는 또박또박한 글씨와 향기로운 꽃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아마 끝까지도 완전한 엄마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아이와 함께 그렇게 살아가길, 살아가게 되길

바라본다.


행복맛 프레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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