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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우주 공장장

by Ahnyoung

심리적 어려움으로 괴로웠던 시간

나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되어준 것은 첼로소리였다.

어릴 때 피아노를 조금 배우기는 했지만 음악에는 문외한인 내가 우연히 듣게 된 첼로 소리에 이끌려 푹 빠지게 됐다. 낮은 음의 첼로 소리가 나에게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함께 많은 공연을 들으러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음악에 대한 이론도, 지식도 없지만 소리가 주는 평안함을 누리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아마도 그것이 음악 혹은 예술이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주, 계속 듣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첼로를 배워보기로 다짐하고 레슨 신청을 했다.


사실 나는 다 컸으니까, 나 대신 아이가 배워서 멋진 연주자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내 꿈을 아이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 꿈은 내가 이루기로, 멋진 연주자가 되지는 못해도 좋아하는 곡 한 곡 정도는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내가 레슨을 시작하고, 아이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배우게 되었다.

내심 아이가 첼로를 전공해서 음악가가 되어주진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함께 배웠기에 연습의 고충과,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내가 함께 하지 않았다면 더 많이 연습하지 않는 아이를 채근하고 야단쳤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악기를 배우는 동안 즐거워했지만 하루에 몇 시간씩 연습할 만큼은 아니었다.

함께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던 아이의 친구가 영재원에 들어가고 음악가의 길을 가는 모습을

보며 내심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내 아이는 그만큼 첼로에 대한 열정이 있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내가 연습시키고 가르칠 깜냥도 되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많은 순간을 마주한다.

그때 엄마가 보이는 태도가 아이의 우주를 만드는 것 같다. 내가 다른 아이와 비교하고 아이에게 음악을 강요했다면 아이는 지금처럼 음악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우리 집에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썼던 4대의 첼로가 있다. 어릴 때부터 배우며 아이의 키가 크고 악기의 사이즈도 달라졌다.

학년이 올라가고 바빠지면서 레슨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가 아이가 3번째 악기를 쓰던 때였다.

음악은 취미로 하기로 결정한 뒤였다.

그리고

중학교에 올라와 바뀐 환경에 마음이 힘들 때 아이는 내게 "엄마, 나 첼로 다시 하고 싶어"라고 했다. 전공을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그냥

마음의 위안을 위해 다시 레슨을 받고 음악을 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기뻤다.

사춘기가 돼서 감정기복이 심해지고 힘들어하면 어쩌나 걱정했던 마음에 큰 위로가 된 순간이었다.

아이가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정말 좋았다.

방학 동안 아이는 내가 쓰던 4번째 첼로를 가지고 다시 레슨을 받았다.

어느새 커서 자기만 한 첼로를 등에 지고 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비록 내가 잠시 꿈꿨던 전공자의 길을 가지는 않았지만, 나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경험한

음악을 통해 힘든 삶을 살아가며 위로받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을 가지게 된 것에 감사한다.

세상에 태어난 작은 아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선택해서 경험할 수 없다.

나는 어린 시절 아이의 우주는 어느 정도 부모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다.

완벽한 엄마가 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건 아이가 아름다운 우주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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