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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배고파서 화난 엄마

by Ahnyoung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나는 종종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일을 하고 다시 데리러 가는 일상을 반복했다.

시간이 맞지 않는 날은 남편이 대신했지만, 웬만하면 나는 아이의 하교 시간을

맞추려고 애썼다.

그날도 나는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서둘러 일터로 갔다. 일을 마치고 다시 아이를

데리러 가려다 보니 허기진 배가 느껴졌다. 마침 일했던 곳에서 끝나고 샌드위치를 챙겨주셨는데

먹으려고 하다가 학교가 끝나면 늘 출출해하는 아이 생각이 났다. 시간이 되는 날은 간식거리를 사서

데리러 가고는 했는데 그날은 그럴 여유시간도 없었다.

나는 집에 가서 먹어야겠다 생각하고는 아이에게 주기 위해 샌드위치를 가방 한쪽에 챙겨 넣고

아이의 학교로 향했다.

1시간 정도 운전을 해서 아이의 학교에 도착했고, 아이가 차에 타자마자 나는 아이에게

샌드위치를 먹일 생각에 들떴다.

아마도 나의 심리적 이유겠지만, 나는 아이가 먹는 것에 약간 집착하는 엄마 중에 하나였다.

37주에 어렵게 낳은 아이라서, 혹은 내가 몸에 약해서 아이도 아플까 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아이의 배고픔을 나의 배고픔 보다 더 괴로워하는, 이 부분에서 만큼은 극성엄마였다.

"배고프지? 샌드위치 먹을래?"

"응, 먹을래"

대답을 하고는 내 가방에서 아이가 샌드위치를 꺼내 들고 포장지를 뜯었다.

맨 손으로 들고 먹으려는 모습을 본 나는

"소독제로 손 닦고 먹었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했고,

아이는 내 말대로 차의 서랍에서 손소독제를 꺼내서 손을 닦으려고 하다 손소독제를 샌드위치에

쭉 짜버렸다.

당연히 실수였다. 그런데 나는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리만치 화가 났다.

"조심 좀 하지, 그걸 그렇게 쭉 짜면 어떻게 해?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어?"

나는 쏘아붙였다.

"아니, 나는···."

"그거 못 먹어 봉지에 다시 싸서 바닥에 내려놔!"

아이의 대답을 다 듣지도 않고 나는 또 화를 냈다.

"엄마, 나는 샌드위치 안 먹어도 되는데, 왜 그렇게 화를 내 ···."

아이가 울먹거렸다.

그랬다. 아이는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고 한 적이 없다. 그냥 출출할까 봐 내가 챙겨준 것뿐인데,

그것 좀 못 먹게 됐다고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그 순간에는 알지 못했다. 그날 밤 나는 일기를 쓰며 곰곰이 생각했다.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내가 배가 고팠고, 사실 내가 먹고 싶었는데, 그걸 참고 아이에게 주고 싶어서 챙겨 왔는데

못 먹게 되니 화가 났던 거다.

그래서 나는 이제 부모교육을 진행할 때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자신을 먼저 챙기라고 권한다.


이스라엘의 한 연구진은 재판관들의 가석방 심사패턴을 분석했다.

재미있게도 점심시간 직전에 배가 고플 때에는 죄수의 가석방을 거절활 확률이 뚜렷이 높고

점심시간 이후 배가 부를 때에는 죄수의 가석방을 평소 빈도로 허락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배가 고픈 불쾌한 정동에서는 죄수를 더 안 좋게 보는 것이다. 아마 이런 패턴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일 것이다.

유독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면, 나의 컨디션을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돌아보고 바뀌지 않는다면, 아이는 하나도 모르고 커버릴 테니까 말이다.


아이는 그저 엄마가 자신에게 샌드위치를 먹을 거냐고 물었고

있으니 먹겠다고 대답을 했을 뿐인데 자신의 실수에 이렇게까지 화를 내고 집에 오는 내내

말도 하지 않은 엄마가 이해가 될 리 없다.

내가 다시 구구절절 오후 4시까지 한 끼도 먹지 못했던 나의 배고팠던 사연을 설명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그저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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