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
나와 아이는 괌으로 한 달 살기를 떠났었다.
물론 코로나의 존재조차 몰랐던 시기에 떠났고,
우리가 괌에서 돌아올 때쯤 코로나가 등장했고 확산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고 나라는 어수선해졌었다.
남편은 위험하니 좀 더 있다가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사실 나도 공항에 가고 비행기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해외에서 퍼지기 시작했기에 공항이 더 위험하게 느껴졌고, 아직 어린 딸이 너무
걱정이 됐다. 나는 다른 것 보다도 아이의 안전에 가장 예민해져 있었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코로나가 이렇게 길게 지속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나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머무르는 게 맞을까, 아님 예정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게 맞을까
뭐가 답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만 해도 괌에는 확진자도 없고, 안전했다. 마스크를 쓴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그곳에 우리가 있음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얕은 마음이었다.
머무르기로 마음을 먹고 아이에게 우리가 이곳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설명하고
한국에 가는 일정을 뒤로 미루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에게 얘기한 후 비행기표를
바꿀 계획이었다. 하지만,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과 달리 아이는
"그럼 아빠는?"이라고 되물었다.
할 말이 없었다. 아이에게 또 배웠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러했다. 공항이 위험하다는 핑계로
남아있는 게 맞는 건가, 우리 둘 만 안전하면 되는 건가
그날 밤 아이는 일기를 써서 내게 가져왔다. 자기 마음은 이렇다고 했다.
가슴이 우주 끝까지 갔다 온다는 글에서 아이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느껴졌다.
또 그 불안한 마음을 조절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게 너무나 기특하게 여겨졌다.
아이는 자신의 안전보다 중국에 살고 있는 가족과 한국에 혼자 떨어져 있는 아빠를 더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우리가 괌에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 마음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마도 가족들에게 받은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나도 마음을 바꿨다. 일단은 집으로 가는 게 맞겠다 싶었다.
아이도 집으로 가자고 했다. 충분히 얘기를 나누고 우리는 비행기표를 바꾸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