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 잘 가고, 가끔 숨 넘어가게 웃는
아이를 보며 행복한 줄 알았다.
심리 검사를 하고,
그런 순간들이 아이가 살아낸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마음이 무너졌다.
하염없이 밑으로 가라앉는 그 지독한 파랑을
아직 작은 네가 어찌 견뎌냈을까.
아이의 세상을 상상해 본다.
병원에 가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애써 말을 돌리고,
모른 척했다.
나와 같지 않기를 바랐다.
그것은 아이가 아닌 나를 위한 회피였으며
실패한 대처였다.
뒤늦게라도 아이와 병원에 갈 용기가 생긴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부모 교육을 할 때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지요.”
라고 떠들던 말들을
이제야 실천해 보려고 한다.
자책하거나 후회하지 않고
지금을 아이와 함께 살아보려고 한다.
이제라도 아이의 우울한 마음을 인정하고,
스스로가 괜찮아지길 선택한 아이의 용기에
시선을 고정하기로 한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아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마, 친구들이랑 놀러 가고 싶은데 같이 가줄 수 있어?”
“응, 어디 가고 싶은데?”
“우리 반 친구들 열 명이서 다 같이 졸업 전에
시간 보내고 싶어. 장소는 상관없어.”
‘열 명’이라는 말에 잠시 멈칫했지만,
나는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했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너무 기뻤기에
지금 나의 작은 방 문 밖에는
열 명의 사춘기 소녀들이
쉬지도 않고 웃고, 떠들고, 노래하며
미래의 자신들을 위한 추억을 만들고 있다.
나를 배려해 방이 딸린 숙소를 예약했다는
나의 아이와 그 친구들이
고맙고, 재미있다.
정말 나를 위한 것인가?
허허
처음에는
아이가 진단받은 우울증이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부족한 육아 때문에.
하지만 이제는 후회와 자책보다는
하나하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고
아이와 함께 나아지려고 한다.
우리는 종종 우울증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방 안에 머무는 상태로 상상한다.
그러나 우울은 늘 그렇게 눈에 띄는 얼굴로 오지 않는다.
웃고, 학교에 가고, 친구들 사이에 서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춰 서거나
쉽게 일어서지 못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견뎌내는 경우도 많다.
겉보기에는 일상을 살아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단지 버티고 있는 시간일 수도 있다.
이번에 깨달았다.
진짜 엄마라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시선도 필요하다는 것을.
아마도 이 밤
소녀들의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을 것 같다.
나의 다크서클은 깊어져 가지만
오늘은
분명히 행복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