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콜>은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영화로, 패트릭 네스의 판타지 소설 <몬스터 콜스>를 원작으로 한다. <몬스터 콜>은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음 편히 웃지 못하는 12살 아이 코너 오말리에게, 상상에서만 존재했던 나무 괴물 '몬스터'가 실제로 나타나는 이야기다.
그로테스크란 괴상하고 기이한 것 또는 흉측하고 우스꽝스러운 것을 의미한다. 그로테스크는 아름다운 것만을 보여 주는 것에서 벗어나서, 괴상하고 기이한 것을 전면적으로 드러내면서 혼란과 부조화를 유발한다.
이야기 속에서 그로테스크는 신체 이미지 훼손(<피노키오> 속 피노키오는 코가 변형되는 나무 인형이다)이나 혼종적인 대상의 등장(괴물이면서 왕자인 <슈렉>)처럼 가시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내용과 서사의 측면에서 그로테스크를 다루는 방법도 있다. 그로테스크는 소름 끼치는 내용과 희극적 표현 양식이 충돌하거나,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 기피 정서에 주목하면서 표현되기도 한다.
<몬스터 콜> 속 코너의 세상은 밝고 화사하지 않다. 엄마는 암 말기 환자고, 그런 엄마의 마지막을 돌보기 위해 찾아온 할머니는 코너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빠는 엄마와 이혼해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코너는 그 새로운 가정에 자신이 낄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학교에 가면 남학생 무리가 코너를 괴롭히고 투명인간으로 취급한다.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는 걸 경험한 아이에게 세상을 아름다운 것으로 포장하고, 추악한 면을 은폐하고 감추는 것은 기만이다. 그로테스크는 바로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다.
몬스터는 밤 12시 7분에 나타나는 나무 괴물이다. 몬스터는 코너에게 세 개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가 끝나면, 그때는 코너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해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인다.
몬스터가 첫 번째로 들려준 이야기는 ‘착한 왕자와 마녀 왕비’ 이야기다. 늙은 왕이 마녀인 왕비와 결혼한다. 그러다 왕이 죽자 왕비는 사악한 주술을 부렸다는 오해를 받지만 사실 왕은 그저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죽은 것이었다. 착한 왕자는 왕이 되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지만, 나라를 잘 다스리는 성군이 됐다. 기존 통념을 깨트리는 동화를 듣고 난 코너는 “동화는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한다. 코너에게 동화는 아름답고 행복한, 착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 동화는 늘 아름답기만 할 수 있을까?
코너는 사랑하는 엄마가 떠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도 엄마가 떠나기를 바라기도 하는, 이중적인 감정을 가진다. 코너가 벼랑 끝에 매달린 엄마의 손을 놓치는(놓아 버리는) 꿈은 몬스터의 세 번째 이야기가 끝나고 시작된 ‘코너의 이야기’다.
결국 몬스터가 들려준 세 가지 이야기는 결국 코너가 계속 감추고 싶어 했던, 그 마음을 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죄스럽게 느껴 왔던 감정을 발산하게끔 만드는 배출구다. 몬스터는 코너에게 코너가 가진 분노와 죄책감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것이다.
누구나 품을 수 있지만 품고 난 뒤에는 죄스럽게 느끼는 감정들이 있다. 이 죄스러움은 그 감정을 잘못된 것 혹은 불온한 것으로 규정짓는 분위기에서 기인한다. 어떤 감정을 발산하지 못하도록 억압하고 누르는 것은 정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어떻게 그런 감정을 '올바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가르치는 것이다.
그로테스크 이론을 토대로 <몬스터 콜>(혹은 <몬스터 콜스>)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떤 감정을 불온한 것으로 규정짓고 덮어두는 것보다 그것을 올바르게 표현할 방법을 함께 의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