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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termelon Oct 13. 2024

첫날밤, 내가 베개에 뿌린 아로마를 궁금해한 옆방 여자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아빠와 별 대단하지도 않은 말을 섞다가 싸운 다음날.

부모님 집,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내 방에서 있기보다, 인생 첫 가출을 택했다.


3시에 퇴근하고 바로 숙소로 가는 것이 목표였지만, 끝나지 않는 업무에 6시까지 업무시간을 꽉꽉 채워,

아빠가 집에 오기 전, 빠르게 들려 짐을 싸고

택시를 탔다.


그렇게 도착한 한옥호텔 담.


사실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배정받은 작은 개인방에 들어가서 열심히 짐을 풀고 이제 막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데,

눈에 들어오는 선반 위 잘린 손톱.

로비로 내려가 청소를 다시 해달라고 했고, 청소를 다시 했음에도 다시 보이는 청결하지 못함.

결국 방을 바꿨었다.


그렇게 늦은 시간 방을 바꾸고, 방 앞을 가려주는 블라인드를 도르륵 내렸다.

그 도로륵 소리에 옆방 여자 빼꼼 얼굴을 내밀더니 hey 하고 인사를 하더라.

눈웃음을 보내고, 침대 위로 올라가 짐을 풀었다.


이미 피곤했기에, 바로 자고 싶어서 뒹굴거리다가,

뭔가 편하지 않은 느낌에

챙겨 왔던 유칼립투스 아로마 미스트를

칙칙 뿌렸다.


옆방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What's the smell? It's nice!


나도 고개를 빼꼼 내밀고, 미스트를 건네며,

원하면 너도 뿌려봐라고 말을 건넸다.

자기 베개에 칙칙 뿌리더니 고맙다며 미스트를 돌려줬다.


그러고 조금 뒤, 와 냄새가 진짜 좋다며

어떤 향인지 궁금하다며 반쯤 내려온 블라인드 사이로 눈을 빛내며 다시 물어본다.


필리핀에서 산 아로마라며,

난 프리다이버이고, 필리핀에 자주 간다고 소개를 했고, 그 친구는 자기는 중국에 사는 데, 폴란드인이고, 연휴를 맞이해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이곳을 찾아서 너무 lucky 하다고 자랑했다.


이름은 Marta.

그녀 덕에 조금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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