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atermelon
Nov 03. 2024
반년남짓 듣고 있었던 온라인 강의가 있었다.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대부분의 온라인 강의와 달리, 이 강의는 과제가 있었고,
강의 듣는 건 10분이면 끝나지만, 과제를 하느라 일주일 내내 틈틈이 생각을 해야 한 적도 있었다.
강의는 리더십에 대한 강의,
리더십은 나 스스로를 리딩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호텔 담에서 지내면서,
정말 크게 기대하지 않고 남긴 감사를 표하는 카톡에 이 온라인 강의를 한 멘토님이 답변을 했고, 우린 만나기로 했다.
호텔 담 로비에서 누구나 다 아는 외국계 스포츠 브랜드 본사에서 임원을 하고, 현재는 다른 CEO와 임원들을 멘토링하고 있는 그녀와 그리고 그 사업을 같이 하고 있는 독일계 남편을 만났다.
우리는 서로 듣고 서로 수많은 질문을 했다.
그리고 그 끝에 나는 질문의 힘을 깨달았다.
나와 다른 사람의 행동에, 일 스타일, 능력에 충격을 받고 의문을 품고 하는 질문은
진짜 질문이 아니다.
그저 나의 격양된 충격받은 감정의 배출일뿐.
진짜 질문은 궁금증, curiosity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말을 듣기 위해 하는 질문이다.
내가 무섭다고 하는 후배 앞에서
무섭다면서 어떻게 무서워하는 선배에게 무섭다 말할 수 있냐, 진짜 무서운 것이 맞냐는 태도로 임하고 있었으니 그 간극이 좁혀졌을 리가 없다.
왜 내가 무서운지
과연 난 제대로 물어본 적이 있었는가...
화만 냈던 것이 아닌가 부끄러웠다.
그렇게 그녀와 그녀의 남편을 만나고 회사로 돌아간 나는 상대방의 행동에 놀라고
의문을 품기보다, 그 행동 그대로 받아들이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놀랍게도 더 이상 전만큼 화가 나지 않았다.
화를 내지 않으니 진짜 문제가 드러났다.
나를 무서워했던 후배는,
사실 나와 자신의 능력 차이가 무서웠던 것이다.
당연히 신입은 누락하고 실수하는건데
그것까지 감당하라고 내가 셀장 역할을 할 뿐인데,
누락을 채우기 위해 내가 일을 더 할수록
실수를 메꾸기 위해 더 완벽주의자가 되어갈수록
나와 후배 사이의 간극은 점점 더 멀어져 갔고
그럴수록 후배는 좌절했고, 그 좌절한 순간에 나에게 손을 내밀 수 없었다.
까먹고 있었다.
라포를 쌓으려면 허점이 필요한데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인간미를 보여줄 때, 친근함을 느끼고 호감을 느끼는 데.
어쩌면 후배 앞에서 내가 보여줘야 할 선배의 모습은 완벽하게 실수 없이 빠르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어설프게 실수를 하거나 일을 놓치기도 하지만, 별일 아니라는 듯, 대세에 지장 없다며, '해결하면 되지 뭐,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나도 실수했네' 웃으며 또 수습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