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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termelon Nov 17. 2024

날 다시 찾아준 후배

내가 멘토링을 하고 있는 대학생 대상 회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15명 중, 프로그램이 끝나고 단 한 명이 내 멘토링을 재구독했다.


내가 호텔 담에 머무르는 동안,

그녀는 빼꼼 자기소개서와 인턴 포트폴리오를 들고 와, 취업준비를 도와달라고 했다.


그녀에게 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문을 열어둘 수는 있지만,

결국 그 문턱을 넘는 건 너라고.

멘토링 기간 동안 언제든 또 연락하라고,

함께 동료로 일하게 될 날을 기다리겠다고

그 15명에게 똑같이 말을 전했지만,

그래서 연락온건 너 하나라고.


그리고 이것이 네가 자소서에서 보여줘야 할

너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소서 초안을 보여주며,

자신이 라디오 같다고 했다. 주파수를 맞출 수 있고, 대화하고 목소리를 내고 소통하고 싶다고.

자신은 사포 같다고 했다.

관계에 서툴러서 오히려 더 노력한다고. 거칠거칠하기 때문에 상대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사포와 유사한 이유가 그것이었을까

또한 본인이 곰탕 같다고 했다.

한 그릇을 완성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경시하지 않으며, 결국 그 중심엔

단단한 뼈가 자리 잡고 있는.


신입의 자소서와 이력서는

사실 이력의 나열이 아니다.

로드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이렇게 살아왔고, 회사에서도 일관된 태도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

내가 해본 게 많아서,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서 뽑아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일관되게 쌓아온 성격과 행동 패턴을 보았을 때, 현재보다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재목이기에.


그래서 이곳에 어울리고,

이곳에서의 시간을, 매일 매 순간까지는 아닐지라도, 꽤나 즐길 사람이기에.


그래서 난 이 친구가 내 동료가 되어주길 기원한다.

자신을 뽑아주지 않는 회사 앞에서 절망하지 않길 기원한다. 그녀를 놓친 건 회사다.

나라면, 내가 결정권자라면

난 레드카펫을 깔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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