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불의가 밤안개처럼 떠돌던 시절
말에 굶주린 일행들과 한잔하려고 그 야식집에 들렀다가
주인 모녀가 주고받던 말의 꽃밭을 보았다
귀가 안 들리는 엄마가
학교 끝나고 일 도우러 나온 딸에게
저녁은 먹고 왔니?
노란 민들레처럼 물으면
네 엄마 집에서 먹고 나왔어요
딸내미는 진달래 붉은 미소로 답했다
피곤할 텐데 앉아서 좀 쉬세요
딸내미가 앉은 별꽃처럼 말을 낮추면
애야, 난 아직 괜찮단다
엄마는 산중 백작약처럼 희게 웃었다
이번에 '마음보다 먼저 핀 꽃' 제3 시집을 시산맥 출판사에서 출간했습니다. 시 52편과 에세이 '80년대에서 온 편지'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글을 통해 사랑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