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화手話

by 박재옥 시인


시대의 불의가 밤안개처럼 떠돌던 시절

말에 굶주린 일행들과 한잔하려고 그 야식집에 들렀다가

주인 모녀가 주고받던 말의 꽃밭을 보았다


귀가 안 들리는 엄마가

학교 끝나고 일 도우러 나온 딸에게

저녁은 먹고 왔니?

노란 민들레처럼 물으면

네 엄마 집에서 먹고 나왔어요

딸내미는 진달래 붉은 미소로 답했다

피곤할 텐데 앉아서 좀 쉬세요

딸내미가 앉은 별꽃처럼 말을 낮추면

애야, 난 아직 괜찮단다

엄마는 산중 백작약처럼 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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