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모과나무를 만나면 눈빛이 달라져요
덩달아서 가벼운 인연을 매달게 되지요
나무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걸
모과나무는 익어가는 속살로 노랗게 보여줘요
풀밭처럼 뒤척이면서도 간밤에 잠은 잘 잤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살피는 일 또한
어느덧 가을 속의 일과가 되어가지요
서로 인사 나누다 보면
통통해지는 볼살이 눈에 들어오고
노란 피부가 겨자처럼 선명해져요
오다가다 자주 만나다 보면
지인처럼 정들어서 서로를 걱정하면서 웃게 돼요
걱정만 한 위로가 또 있나요?
빠져나올 수 없는 심해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면
막연히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서
가을이 익으면 빈약하던 마음도 살쪄요
남몰래 더 좋은 일을 궁리하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