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 서 있던 시간이 멀어 보이지만 가깝다
겨울 움파가 자라는 시간 같다
향기로운 분필 냄새에 취해서 소리 없이 한 생이 흘러갔다
심각하게 어려운 문제는 없었지만 그리 쉽지도 않았겠지?
시련에서 달관으로 강해지는 생명이란
안으로 굳어지는 내핍인가
아니면 밖으로 돌출하는 결단력인가
스스로 내리는 형벌인 듯
나의 종아리를 때리는 무욕의 회초리
베어낸 상처의 자리에서
허연 진액이 흘러나와 움을 틔웠다 <
여린 햇빛과 한기 寒氣 로 키워낸 줄기는
연약해 보이지만 단단하구나
생명 눈이 얼음처럼 살아있구나
저토록 순백한 여백으로
누가 교직을 강요한 적 없었지만
묵묵히 걸어가야만 했던 길이었을 것이다
운명이었을 것이다
내 누추한 정신의 텃밭에 꽂아놓은 푸른 깃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