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나무는 사람이 걷는 속도로 꽃을 피운다
더 빠르지도 않고 더 느리지도 않게
딱 그만큼의 걸음걸이로
꽃망울을 터트리며 북쪽으로 걸어 올라간다
국토순례 대장정에 오른 대열처럼
제주 건너 서울 평양 의주 만주……
꽃들에게는 국경이 없다
보이지 않는 발들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점등식 하듯 쉼 없이 걸어 올라갔을 터
마을 가까이 살게 된 후로
사람에게 붙어서 기생하고 있었던 꽃의 포자들
꽃들은 사람을 닮고 싶었던 것이다
향기 말고 걸음걸이까지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숨결로 터득하며 늘려가는 보폭이 있다
한집 식구들이 그렇듯이
곁에서 보듬으며 오랫동안 같이 살다보면
눈짓 몸짓 말짓 섞어가면서
마음허공에 찍고 가는 선명한 족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