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세조길, 깊은 숲에서
서서 죽은 이를 본다
위 몸통은 허공으로 무너져
멀리 달아나 보이지 않지만
아래 몸통으로 지금을 견디고 있는 고목을
살던 자리가 곧 죽음의 자리였으므로
그는 마디마디 썩어가면서
죽음이 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지만
소멸이 정지한 무표정한 묘비명과는 다르다
사슴벌레와 개미들이 헤진 속살 파먹고,
몸통에 빨대 꽂은 잔나비 버섯은
진득한 죽음의 진액을 빨아먹으며
가까운 삶의 자리 넓히고 있는 중이다
썩어문드러진 자리가 이제 좀
아늑한 궁전으로 들어앉았구나
아마 서서 죽은 이의 정신도
정결한 직선이었을 거야
거부할 수 없는 날 선 진실이었을 거야
암, 그렇지 그렇고말고
그러기에 썩어버린 시신임에도
생명의 둥지로 거듭나고 있는 걸 거야
저기 저, 깊은 숲속에
한줄기 벼락으로 꽂혀 있는 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