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내소사 대웅전의 꽃살문을 보고 아름다움에 취해 쓴 시......
아름다움이 말을 걸어왔다
그 절의 대웅전 꽃살문 앞을 지나갈 때
낡고 빛바랜 아름다움이
지나가던 발길을 붙잡고 말을 걸어왔다
젊고 싱그러운 것만이
아름다움의 전부는 아니라는 듯
주변이 수만 겹의 꽃잎을 지우는 동안에도
대웅전 문짝에 은비녀처럼 박혀서
불멸의 꽃밭으로 환생한
국화 모란 연꽃
화장 지운 민낯이라 더 마음이 끌렸을까
수많은 사람을 성형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화장조차 하지 않던 성형외과 여의사처럼
흰 레이스 차림으로 만개한
뒷산 아카시아 향을 맡으며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 긍정하는 마음으로
둥글게 마모되어 온 곡선들
바람에게 문 밖 세상의 안부를 물으며
결대로 늙어온 주름이 흘러내린다
그 절의 꽃살문은 아름다움의 거울이었다
바라보고 있는 사람까지도 아름다워지고 마는
벌과 나비가 없는데도
향기의 끈이 시공을 건너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