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름다움이 말을 걸어왔다

부안 내소사 대웅전의 꽃살문을 보고 아름다움에 취해 쓴 시......

by 박재옥

아름다움이 말을 걸어왔다

그 절의 대웅전 꽃살문 앞을 지나갈 때

낡고 빛바랜 아름다움이

지나가던 발길을 붙잡고 말을 걸어왔다

젊고 싱그러운 것만이

아름다움의 전부는 아니라는 듯

주변이 수만 겹의 꽃잎을 지우는 동안에도

대웅전 문짝에 은비녀처럼 박혀서

불멸의 꽃밭으로 환생한

국화 모란 연꽃

화장 지운 민낯이라 더 마음이 끌렸을까

수많은 사람을 성형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화장조차 하지 않던 성형외과 여의사처럼

흰 레이스 차림으로 만개한

뒷산 아카시아 향을 맡으며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 긍정하는 마음으로

둥글게 마모되어 온 곡선들

바람에게 문 밖 세상의 안부를 물으며

결대로 늙어온 주름이 흘러내린다

그 절의 꽃살문은 아름다움의 거울이었다

바라보고 있는 사람까지도 아름다워지고 마는

벌과 나비가 없는데도

향기의 끈이 시공을 건너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 잡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