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잡풀

벌초하면서 느낀 상념을 표현함....

by 박재옥

벌초하러 선산에 가보니

방치된 자리마다 우거진 것은 잡풀뿐이다

비워졌던 자리가 다시 흘러넘친다

무가치한 것들로 채워져 온 시간들

계륵의 처소여

하염없이 흐르는 땀에 젖어서

긴장한 예초기 칼날을 돌리다보니

잡다하던 생각의 결이 곧게 펴진다

무작위로 자라고 있던 것은 잡풀만이 아니다

방치된 마음의 자리에서 난잡하게 웃자란

잡생각들은 어찌할 것인가

진작 예초기라도 돌려서

잘라내야 했을 잡념의 풀들은

여뀌, 어린 아카시아 나무, 둥굴레, 잔디

못지않게 웃자란 망념(妄念)들은

적어도 일 년에 한번쯤은 마음의 봉분에도

칼날을 들이댔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잡다한 생각으로 가득 찬

내면의 봉분이 단정하게 둥글어질 수 있겠는가

땡벌과 칼날과 풀과 정면으로 맞서는

삼엄한 대치 없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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