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 줄기 빛이면서 어둠이다
좀처럼 그 잘난 형체를 보여주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적막처럼 숨어들고
가파른 암벽을 오르내리는 희미한 그림자를
먼발치서 보았을 뿐이다
현실인가 하여 달려가 보면 저녁 어스름처럼 사라지고 없는
저, 헛것의 삶
도시의 뒷골목을 혼자서 배회하던 움막 같은 사내와도 닮은
그에게도 삶은 만져지지 않는 벼랑 같은 것이었으니
그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밟고 걷는 족속들
만남은 애초부터 불가능했으니
떨어진 거리를 인정하는 것이 어쩌면 서로가 공존하는 길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존재의 잔상
다가오지 않지만, 감지하는 생명의 진심
그의 가난한 배설물이 풀숲에 도사리고 있고
그의 조심스러운 발자국이 드문드문 비탈에 엎질러져 있는
늘 생각이 많은 듯한 자취들
그가 남겨놓은 흔적을 생각하면 산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무일푼으로 도시의 뒷골목에 자주 출몰하던 사내처럼
견고한 고독의 뿔을 머리에 박고
오늘도 쓸쓸함을 산책하는 바위 산중의 은둔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