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자두는 자두다

by 박재옥 시인


어머니와 딸아이는 자두처럼 닮았다

동화 속 할멈처럼 신 자두를 입안에 넣고 오물오물

씹는 모습 보면 매번 신기하다


아내는 신 자두를 아이셔, 영혼까지 진저리 치는데

둘은 천생 먹는 모습까지 비슷하다


보이지 않는 핏줄의 강이 하늘 다리를 건너서 흐른다

어느 낯선 지류에선가 만나는 지점이 있다


먹는 입 모양이나 한입 베어 물 때

입가 주름의 미세한 떨림

서로의 허공을 가로질러

즐거움을 야금야금 씹고 있는 듯한 표정까지


그래 우리는 핏줄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만난 것 같지만 쉽게 만난 게 아닐 거야

중력 잃은 과실처럼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 같지만

아무 이유 없이 떨어진 게 아닐 거야


누가 혈육의 물길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은하수 건너가는 뗏목 타고 흐르고 흘러서

전생의 기밀 문서처럼

스치는 번개처럼


자두는 자두끼리 닮는다

누가 뭐래도 자두는 자두다

자두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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