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무 좋아서

by 박재옥 시인


가을로 물든 길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돌아서 갔다

에둘러 가니

평소 잊고 있던 것들이 보인다


안 보이던 들판의 그늘이 보이고

안 보이던 비탈의 어깨가 보이고

안 보이던 사시나무 단풍, 왕사마귀,

더 많은 낙엽, 그리움의 귀퉁이들


돌아가지 않았으면 보지 못했을 것들

곁에 있는데도 잊고 있던 뒷면

마음의 가을이 더 풍성해졌다

스러져 가는 존재들이 더 빛났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 움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