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만두는 웃는다

by 박재옥 시인


연이어 상喪 치르고 나서

아내는 미로 같은 만두소를 준비한다

버무려진 부추 당면 두부김치 돼지고기는

빠져나갈 출구를 찾지 못한다


절제하지 못한 슬픔도 함께 버무려진다

집 안에는 보이지 않는 슬픔의 얼룩이 남아있다

마음의 흰 천에 배인 슬픔은 아무리 빨아도

잘 지워지지 않았다


만두라는 깃발 아래 식구들이 모였다

해마다 만두는 찬 바람이 불어야 제맛이고

원탁처럼 둘러앉아 빚어야 제맛


바다로 나갔던 치어 같은 아이들, 팔뚝 굵어져 집 찾아와

묵묵히 만두 빚기에만 집중하지만

차츰 요령이 생기자, 새순처럼 입술이 트인다

누가 더 예쁜 만두 만들까 골몰하다 보면

어느새 슬픔도 오래 신은 신발 밑창처럼 흐릿해진다


볼 통통한 만두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닮았다

해마다 아이들은 만두를 먹으며 햄스터처럼 자랐다

지나간 만두 대열로도 희망 연대기를 쓸 수 있다

키우던 가축 같은 음식이므로

피와 살도 저축처럼 쌓였을 테고


이쯤 해서 아랫목에 넣어둔 밥 같은 추억이 튀어나온다

아하, 우리에게도 그런 행복한 장면이 있었구나!

슬픈 날보다는 기쁜 날이 더 많았구나!


지난날을 떠올리며 만두는 웃는다

크게 웃는다

모처럼 만두소가 터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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