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울음 상자

by 박재옥 시인


긴 둑의 벚나무 터널

한여름 매미 상자를 열자, 울음이 수해 난 듯 쏟아져 나온다


귀의 둑이 터진 듯


그 많은 울음이 나온 상자의 크기를 믿을 수 없다

꺼내도 꺼내도 멈추지 않는 울음의 치사량

그 작은 상자에서 나온 울음의 크기 또한 믿을 수 없다

상자 크기에 비해서 울음이 지나치게 큰 탓


내 안의 상자에는 어떤 울음이 들어있을지 궁금해진다

한 번도 속 시원하게 열어보지 못한 울음 상자인데

상자 크기에 비해서 지나치게 작은 울음은 아닐지


귀의 문을 열고 자세히 들어보면


울음이 터질 때마다 생명의 현이 있는 대로 떤다

살아있는 것들이 울 줄도 아는 것이다

울음과 울음 사이에 걸려있는 생生의 외줄


햇양파처럼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여름이 난파선처럼 급격하게 기울자, 나무에

매달려 있던 매미들이 낙과처럼 후드득 떨어져 내린다


울음을 비운 상자는 탄피처럼 조용하다

그 많던 울음이 사막의 물처럼 삽시간에 다 어디로

스며들었는지 궁금할 지경으로


모든 죽음은 겸손하다

생의 허물이 아무렇게나 바닥에 뒹굴어도 좋을 만큼


숲의 시간은 떠난 자들을 위해서 흐른다

울음의 순교자들이 부활하여 다시 돌아올 날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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