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동지 팥죽

by 박재옥 시인


시장 죽집에서 팥죽을 먹을 때

아내는 겨울에 태어난 둘째를 생각한다


예수님과 생일이 가까운 둘째가 태어나던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고

아이를 낳으러 가던 길은 눈 속의 시베리아 같았고

칼바람이 여민 코트를 뚫고 뼛속을 파고들었다고


동지 팥죽을 먹으며 아내는 목이 멘다

악귀를 쫓는 게 아니라 쫓기는 것 같다면서도

아이가 흰 자작나무처럼 잘 자라 주어서

눈밭에 찍힌 새 발자국을 보고도 감사한다고


팥죽을 먹으며 새알처럼 눈 붉히는 것은

상처 더듬어 자국을 기우는 일이다


따끈한 목 넘김으로 잠긴 마음을 위로받고

새 붉은 기운이 잠언처럼 스며들어

저지대처럼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된

우리 영토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의 제의祭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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