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돌아온 밤,
아들 방에 낯설게 켜져 있던 불빛
나이 오십 넘도록 투명한 술잔만 붙잡고 살더니
간암 말기 판정받고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어야 할 아들 방이 환영처럼 환했다
누구 계시우?
방문을 열어보고도
어머니는 배추씨만큼도 믿을 수 없었다
아들이 썰렁한 환자복 차림으로
흰 쌀밥에 벌건 고추장을
쓱쓱 비벼서 먹고 있는 게 아닌가
터진 전구처럼 놀란 어머니를 보고도
아들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해맑게 씨익 웃었다
고추장이 너무 먹고 싶었어, 엄마
그렇게 떠난
마지막 만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