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고추장

by 박재옥 시인


늦게 돌아온 밤,

아들 방에 낯설게 켜져 있던 불빛


나이 오십 넘도록 투명한 술잔만 붙잡고 살더니

간암 말기 판정받고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어야 할 아들 방이 환영처럼 환했다


누구 계시우?


방문을 열어보고도

어머니는 배추씨만큼도 믿을 수 없었다

아들이 썰렁한 환자복 차림으로

흰 쌀밥에 벌건 고추장을

쓱쓱 비벼서 먹고 있는 게 아닌가


터진 전구처럼 놀란 어머니를 보고도

아들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해맑게 씨익 웃었다


고추장이 너무 먹고 싶었어, 엄마


그렇게 떠난

마지막 만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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