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의 손길에 위로받고 싶어서 떠난 길
이맘때가 아니면
그 꽃은 기다려 주지 않았다
구례에서는 어디를 가도 매화 향기가 났다
천은사나 쌍산재 언저리, 화엄사 담장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피 냄새 닮은 매혹이
섞여 있었다.
당신은 향기에 취해서 자주 발을 헛디뎠다
누구를 버린 적이 없는데 세월은 거짓말처럼 혈육을 버렸다
나무의 검은 상처에서 꽃이 피고 지듯이
시간은 돌처럼 냉혹해서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았고,
상처는 스스로 아물면서 길을 만들었다
탈상한 뒤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은 계수처럼 맑아졌다
사는 일이 제 몸에 상처를 새겨
향기를 만드는 일처럼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