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웃음의 방식

by 박재옥 시인

송대 저수지에 살고 있는

개복숭아나무 할머니는 웃음이 헤프다


이빨은 여기저기 폐가처럼 털려나가고

해마다 눈에 띄게 꽃송이 줄어들어

저승이 가까운데도 둥치 속에 웃음 피워내는

발전기라도 감추고 있는지 하회탈처럼 실실 웃는다


흐린 저녁 무렵엔 산책 나온 나를 부르시더니

돌아가신 친할머니가 허리춤에서

구겨진 지전을 꺼내주시듯 잘 여문

개복숭아 몇 줌 내어주신다


할머니 덕분에 담근 술은

해맑은 웃음까지 잘 발효되었는지

한 잔 할 때마다 입가에

둥근 미소가 피어나는 마법을 부린다


기별도 없이 할머니가 멀리 떠난 후에도

저수지 수면 같은 술잔에

분홍꽃 얼굴 환하게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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