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환해지는 자리

by 박재옥


휴게실 협탁 바닥에서

왕사마귀 한 마리가 배 깔고 엎드린 채

자리보존하고 있다

간밤에 서리 내리더니

추운 바깥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이 어둡고 협소한 바닥에다 마지막 자리 깔고 있다

가을과 겨울 사이를 묶고 있는 고통의 매듭

한 호흡이 들숨과 날숨 위에 아슬아슬 걸려있다

무림고수의 검 같은 두 팔을 높이 쳐들고

들판을 누비던 가을의 격투사에게도

조여 오는 겨울의 숨통은 버거웠나보다

삶 곁에다 편안한 어깨 기댄 주검의 민낯

그가 뒤집어쓰고 있는 투구가

그래도 가벼워 보이는 것은

누울 자리를 미리 알고 펼쳐든

빛나는 예지의 앞자락 때문이 아닐까

모든 자리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왕사마귀에게는 여기가 바로

죽음으로 환해지는 자리였던 것

손아귀에 잡히지 않는 숨결이

모래시계처럼 주르륵 흘러내린다

홀가분한 생이 떠난 뒤

어두운 바닥에서 뒹구는

불 꺼진 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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