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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버지의 날개

by 박재옥


나날이 아버지의 몸은 새를 닮아가셨다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더니

신장투석 하러 갔다가 의식을 놓으셨을 때는

오랜 풍상에 날개 꺾인 재두루미로 누워계셨다

사랑할 시간이 별로 없어 보였다

곤줄박이새눈을 아른거리며

평생 근무하셨던 직장에서 돌아오신 후

아버지의 시계바늘은 눈에 띄게 느려져만 갔다

앙상하게 드러나는 수족들이며

키위새처럼 불룩 튀어나온 뱃가죽

그 몸이 지난날 나를 지켜주셨던

팽나무 어깨보다 넓었던 그 몸이었는지

추억의 속도마저 빛을 잃어갔다

아버지 병상 곁에 드러누운

내과병동의 검푸른 밤

천장으로 별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다음 날, 시술 받고 나오신 아버지를 부축해서

화장실에 가는데 주변이 더 헐렁해졌다

엉거주춤 좌변기에 걸터앉으실 때

환자복 사이로 얼핏, 못 볼 걸 보고 말았다

노송나무 껍질 같은 등딱지 살이 터지면서

희디흰 날개가 돋쳐 나오는 것을

금방이라도 아버지를 데리고 날아갈 것 같은

그 날개가 너무 두려워서

나는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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